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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
입력1999-03-29 00:00:00
수정
1999.03.29 00:00:00
미국주가지수가 10,000선을 돌파하였다. 지난 3월16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공업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00을 상회한 이후 현재는 10,000 수준에서 팔려는 측과 사려는 측 간에 공방이 진행중이다. 지난 93년 초 클린턴 대통령 취임 당시에 이 지수가 불과 2,000에 불과했던 것에 비교하면 무려 5배의 상승률이다.미국주가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앞으로도 계속 주가가 크게 오르리라는 신경제론의 시각이 있다. 미국기업의 수익이 계속 증가하고 이에 따라 주가의 상승세는 지속되리라는 것이다.
이는 정보통신 등 지식기반 산업의 발달로 생산성 향상이 꾸준히 이루어져 기업수익이 늘어나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 덕택이다. 여기에다 주식투자 수요층도 튼튼하다. 미국경제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식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현재의 주가에 버블의 소지가 많아 금리인상 등 작은 쇼크에도 현재의 주가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최근의 주가는 주당 순이익의 25배 수준이다. 이 비율은 19세기말 이후의 평균 12배나, 87년 블랙 먼데이 직전의 20배와 비교하면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10년만기 국채수익률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주가에는 25∼30% 정도의 버블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더구나 최근에 둔화되는 기업이익의 증가세가 이 버블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의 주가는 10,000을 전후로 등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저실업·고성장 등 미국경제의 건강한 펀더멘탈이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으므로 주가의 추가상승 여력이 많지는 않으나 현 수준보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경제는 지식기반산업이 건재하고 고성장의 큰 기반인 물가안정이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할수록 미국의 수입물가는 더욱 안정되어 저물가는 지속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적어 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
대외요인도 미국주가를 조정할 수 있으나 일시적일 뿐이다. 미국은 수출의존도가 낮고 내수가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대외충격이 크지 않은데다, 97년부터 아시아·남미 등의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미국정부가 위기관리능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향후 주가향방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에도 불구하고 미국증시의 활황이 미국의 건실한 실물경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80년대에는 미국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매우 컸다. 높은 금리로 달러는 실제보다 높게 평가됐고 무역과 재정부문의 쌍둥이 적자가 확대됐다.
미국기업의 대외 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국내산업의 공동화가 우려되었다. 미국산업의 경쟁력은 급속히 약화되었다. 미국제조업의 성장률은 연평균 2.4%에서 0.6%로 하락하였다. 그러나 91년 4월을 최저점으로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여 연 2∼3%의 성장을 지속하였다.
작년에는 4.1%나 성장하였다. 물가도 3% 이내로 안정되었다. 98년에는 1.6%로 64년이래 제일 낮다. 기업의 수익도 개선되었다. 80년대 이래 전례없는 호황이다.
이는 80년대 내내 진행되었던 경제구조조정이 성공을 거두어 그 효과가 92년 이후부터 가시화된 결과이다. 80년대 초 레이건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정부는 주요산업에 대한 진입제한을 없앴고 규제도 대폭 완화하였다. 자연히 산업구조도 전통적 제조업에서 정보통신·금융·서비스 등 지식기반산업으로 전환되고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바뀌었다.
기업들은 경영합리화를 적극 추진하여 생산성을 향상하고 수익률을 높였다. 정부와 기업은 기술개발을 가속화하였고 새로운 산업에 대한 벤처비즈니스도 왕성하였다. 즉 80년대는 모두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체력단련의 시기였다.
이는 우리경제에서 현재 진행중인 구조조정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우리의 성장잠재력과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현재의 인력감축이나 금융개혁 등은 구조조정의 시작이다. 대외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의 강도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하여 산업의 지식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전자 및 정보통신·인터넷·네트워크유통·문화관광 소프트 등 지식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어야 한다.
섬유 등 쇠퇴하고 있는 기존 산업도 디자인·신소재·자동설비 등 여러 부분에서 지식집약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구조조정 후엔 새로운 틀로 운용하고 지식기반의 산업구조를 담당할 인적자원의 육성이 필요하다.
한국경제가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이루어낸다면 현재의 IMF 체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단계가 될 것이다.
/李圭煌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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