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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1/뼈 깎는 다운사이징 「쌍둥이적자」 탈출(경제를 살리자)
입력1997-05-07 00:00:00
수정
1997.05.07 00:00:00
김인영 기자
◎10년간 4천3백만명 감원… 1분기 5.6% 고성장80년대 후반 폴 케네디 교수의 「강대국의 흥망」이란 저서가 미국을 뒤흔든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미국 경제가 효율 저하라는 수렁에 빠져들었고 미국은 과거 강대국이 겪었던 것처럼 군사·경제적으로 쇠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일지 모른다고 설파했다.
미국 지성인들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자부심을 절반쯤 누그러뜨린 채 영국서 건너온 지 3년밖에 안된 교수의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케네디 교수는 여기저기 강연을 다니며 『미국의 쇠퇴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면서 결국 미국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80년대 미국 경제는 일본과 독일에 밀려 2등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레이건과 부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공화당 정부는 재정과 무역수지에서 이른바 「쌍둥이적자」에 시달렸다. 일제차가 미국 내수시장의 30%를 장악,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는 도로보수도 못할 정도로 쇠락했다. 할리우드의 컬럼비아영화사가 일본인에게 팔려 미국의 자존심을 뒤흔들었다.
그러던 미국이 90년대 들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강대국으로 재부상한다. 95년 미국은 선진7개국(G7) 중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2.2%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 1·4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은 아시아의 고속성장국에 맞먹는 5.6%로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는 일본 엔, 독일 마르크 등 다른 어느 통화보다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재기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 노동자, 소비자 등 모든 경제주체들은 무려 10년에 걸쳐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연방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기구를 대폭 축소키로 결정, 2백19만명이던 공무원 가운데 12.5%인 27만3천명을 감축하는 계획이 오는 99년까지 진행된다. 또 정부조달에 경쟁체제를 도입, 스테이플러 한개의 구입비를 종전의 54달러에서 4달러로 줄일 수 있었다. 재정적자를 손쉽게 줄이는 세금증가방안을 쓰지 않고 행정부의 방만한 예산운영에 시퍼런 칼날을 들이댄 것이다.
연방수사국(FBI)보다 무섭다는 미국세청(IRS)의 고유업무인 징세업무를 민간에 이양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23년만에 가장 적은 7백50억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함께 기업을 옭아매는 각종 행정규제를 과감히 철폐함으로써 독점체제에 안주, 경쟁력이 바닥에 떨어졌던 금융·통신·전력산업을 완전 경쟁의 「정글」로 몰아넣었다.
기업은 경쟁력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다운사이징(인력감축), 경쟁업체와의 합병 및 제휴, 비전문 사업체 매각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95년까지 무려 4천3백만명이 정든 직장에서 쫓겨나는 고통을 겪었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노조를 해체시키면서까지 노사 협조를 강조했다. 소비자그룹은 「바이 아메리칸」운동을 주도, 거침없이 국산품 애용운동을 벌여나갔다.
미국인들은 케네디 교수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여 다시 일어서는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현재로선 21세기도 「미국의 세기」가 될 것임이 확실하다.<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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