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밀어내기 파문이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이번에는 전통주 제조업체인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가 본사로부터 ‘밀어내기’ 압박을 받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 또다시 밀어내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막걸리, 탁주, 약주 등 전통주 시장의 극심한 침체가 이같은 비극을 불러왔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배상면주가는 국순당의 설립자인 배상면 회장의 셋째 아들 배영호 사장이 1996년 만든 전통술 제조 판매회사로 ‘산사춘’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매출 371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전통주 시장이 쇠락하면서 매년 매출액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146억원 매출액에 당기순손실이 2억6,900만원을 기록했다.
고 이 모씨가 2003년부터 운영하던 부평 대리점도 전통주 시장이 활황이던 2004년 월매출 7,200만원을 찍으며 성장가도를 달렸으나 최근에는 월매출이 1,300만원으로 급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제품이 출시된 2010년께부터 막걸리 판매를 강요받았으며 신제품 판매를 위해 냉동 탑차를 구입했으나 제품 판매가 안돼 적자가 쌓였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막걸리, 약주 등은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로 각광받았지만 최근들어 와인, 수입맥주 등 수입 저도주의 기세에 밀려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막걸리가 잠깐 반짝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막걸리 시장은 전년보다 1% 줄어든 4,400억원 규모로 정체된 반면 같은 기간 맥주와 와인 수입량은 각각 23.6%, 16.4% 증가했다.
국순당 관계자는 “해외 여행이나 유학을 경험한 20~30대 젊은층이 막걸리보다 수입 맥주를 먼저 찾고 취하기보다 즐기는 음주 문화를 선호하는 영향이 크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최근에는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일명 ‘소맥’이 지속적으로 유행하면서 막걸리를 찾는 이들이 줄어든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주ㆍ맥주ㆍ위스키 등 다른 주류업계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밀어내기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주ㆍ맥주ㆍ위스키의 경우 종합 도매상의 파워가 만만치 않아 본사의 일방적인 밀어내기가 쉽지 않은 반면 유통기한이 최장 10일에 불과한 막걸리의 경우 밀어내기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배상면주가 측은 ‘느린마을 막걸리’의 경우 대량 발주가 아닌 소량 발주 체제로 밀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10년 초 출시됐다 이듬해 접은 ‘우리쌀막걸리’의 경우 50%씩 할인해 제품을 더 많이 내보낸 경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당시 미숙했던 발주 체제를 개선해 현재 판매 중인 ‘느린마을 막걸리’는 소량 발주 체제로 대금을 받아야 제품을 주는 식으로 바꿔 밀어내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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