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비롯한 대우맨 400여명이 모였다. 이날 대우그룹 창립 46년 기념행사에 자리를 함께 한 대우맨들은 김 전 회장의 기업가정신과 세계경영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 참석을 위해 이틀 전 베트남에서 일시 귀국한 김 전 회장은 오랜만에 만난 옛 동료들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담소를 나눴고 이따금 깊은 감회에 젖은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날 대우맨들의 화두는 단연 기업가정신이었다. 한 참석자는 "김 전 회장을 비롯한 전직 대우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들은 불굴의 대우정신을 되새기는 대화를 많이 나눴다"면서 "좁은 한국에서 벗어나 세계로 뻗어나갔던 대우의 세계경영과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기업가정신을 시대에 맞게 계승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대우그룹 창립기념식은 박근혜정부 출범과 동시에 기업가정신이 재조명되고 대우맨들이 중용되는 분위기와 맞물려 관심을 끌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특히 급부상하고 있는 '대우맨'들과 김 전 회장의 행보가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다. 실제 백기승 청와대 홍보비서관은 김 전 회장의 공보 대변인을 지낸 바 있으며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안종범ㆍ강석훈 의원 등도 대우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 전 회장의 각별한 관계도 이 같은 견해에 힘을 싣고 있다.
또한 새 정부가 창조경제에 중점을 두면서 김우중의 기업가정신이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 점차 실종돼가고 있는 현 세대에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은 그 자체로 표본으로 삼을 만해서다. 김 전 회장은 누구도 해외 시장 진출을 엄두 내지 못할 때 세계경영을 외치며 먼저 뛰어나갔다. 가전 등의 분야에서 거둔 큰 성과에도 불구, 국내서는 오히려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그 의미가 희석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베트남ㆍ중앙아시아 등으로 눈길을 돌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들 지역에서는 여전히 그는 '경영의 신'으로 추앙 받고 있으며 '대우'라는 브랜드는 여전히 신뢰를 주는 살아 있는 브랜드다. 종합상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 출신들은 지금도 일하는 게 남다르다"며 "와일드한 측면이 있지만 좀처럼 안될 것 같은 일을 해내는 능력만큼은 인정할 만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전 회장이 다시 경영일선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연로한데다 자금도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다시 사업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청년사업가 양성 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이어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