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명보험사의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즉시연금의 아킬레스건이 결국 수술대에 오른다. 보험업계에서는 그간 즉시연금이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비과세라는 즉시연금의 장점이 한편으로는 조세 저항을 키우고 서민의 비과세 상품과 대비되는 역효과도 가져온 셈이다.
특히 즉시연금에 대한 과세 움직임은 조만간 불어닥칠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부자 증세 이슈를 꺼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민을 위한 비과세 상품으로 재형저축 카드를 다시 꺼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어찌됐던 이런 정책 변화가 확정될 경우 고액 자산가들의 절세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액 즉시연금, 세금 물릴 듯=정부 및 정치권은 즉시연금의 가입 규모가 일정 한도를 넘을 경우 과세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아직 이견이 있는 상황이지만 과세하겠다는 원칙은 세워진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정부의 과세 의지는 강한 편이다. 이미 이달 초부터 보험업계에서는 정부가 세수 확보 차원에서, 정치권은 부자 증세 이슈 선점으로 대선에서 표심을 홀리기 위해 즉시연금을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보험사들은 이 같은 과세 움직임에 '드디어 올 게 왔다'는 반응이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반발하고 있긴 하다. 즉시연금이 베이비부머의 퇴직자금을 안정적으로 맡아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상품인 만큼 비과세는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속내는 더 복잡하다. 즉시연금에 대한 비판 자체에 일리가 없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과세를 하더라도 즉시연금 전 계좌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형저축 재도입 힘 받는다=금융위원회가 주도한 재형펀드 도입은 서민(연봉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나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자영업자)자산 증식과 증시 부양을 목표로 추진돼 왔다. 재형펀드는 전체 자금의 4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재형펀드가 자칫 원금 손실로 귀결될 수 있는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3.1%, 2011년 기준)으로 떨어진 저축률을 끌어올릴 필요성도 제기되면서 재형저축 재도입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행들이 장기주택마련저축의 세제혜택이 올해 끝나게 되자 서민을 위한 비과세상품이 없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재형저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만약 재형저축 재도입이 최종 결정될 경우 최근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장기주택마련저축의 1년 일몰 연장 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백지화될 여지도 있다.
지난 1976년 만들어졌던 재형저축은 이자소득세 면제 등으로 당시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정부 출연금 형태의 장려금 지급으로 재원 부족에 시달린 끝에 폐지됐다.
정부는 재형저축을 다시 도입하더라도 장려금 지급은 빼고 소득공제와 비과세 혜택만을 부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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