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내부통제가 부실해 한꺼번에 여러 비리가 드러난 은행의 경우 은행장은 물론 전임 은행장을 지낸 금융 지주사 사장을 제재했다. 임직원 뿐 아니라 기관에 대해 제재한 경우도 적지 않아 이번 국민은행 사태에도 징계의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에 이어 보증부대출 가산금리부과 실태, 국민주택채권 90억원 횡령까지 국민은행 특별 검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KB금융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성과급 지급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의 비리와 부실 의혹은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과 민 전 행장 재임시절의 일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이렇게 엉망이 된 상태에서 KB금융지주나 국민은행 최고경영자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스톡그랜트(주식성과급)나 성과급을 받는 것은 정서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현직 경영진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임영록 회장은 지난7월까지 3년간 지주사 사장을 지냈고 이 행장은 같은 기간 리스크 담당 부행장이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측 관계자는 “임 회장은 관료 출신으로 단기간에 조직에 융화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제어하기 어려웠다”면서 “이 행장이 속했던 리스크 담당 부서 역시 영업망을 확충하려는 어윤대 지주 회장의 노력 속에서 소외받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제재에 이 같은 주장이 얼마나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 출신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엄벌을 강조했다는 것은 반드시 해당 대출에 대해 결재를 하지 않았더라도 원론적인 책임을 물어 제재 대상에 올릴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또한 국민은행은 금감원 출신 감사가 많은데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감원 출신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검사 결과 현직 임원의 관리 소홀이 드러나면 중징계를 통해 연임을 금지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제재심의위 관계자는“내부통제 문제로 여러 건이 동시에 나오면 제재가 가중된다”고 전했다.
실제 역대 사례를 보면 국민은행 제재수위는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의 경우 2008년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 외환은행 선수촌WM센터의 지점장이 고객계좌에서 683억원의 돈을 빼내 투자했다가 횡령으로 적발됐다. 당시 고액을 맡긴 고객의 돈이 투자 손실 위험에 빠지자 이를 만회하려고 한 행위였지만 은행 본점이 2년 동안이나 이를 방치한 점이 지적됐다. 외환은행은 이어 오사카 지점이 현지 폭력조직의 돈세탁에 가담한 혐의로 일본 금융청의 영업정지를 받았다. 오스트레일리아 현지법인에서는 약 60억원의 횡령하고 미국 로스엔젤레스 법인은 신용장을 개설해 준 교포 업체의 부도로 300억원을 떼었다. 모두 내부통제 문제로 묶을 수 있는 사안이다.
당시 금감원은 외환은행에 대해 외화대출 한도위반,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관경고 조치했다. 아울러 래리 클레인 전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에 대해 사건 발생 당시 은행장이었다는 점에 책임을 물어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그 밖에 우리은행은 지난해 고객인 저축은행 회장의 도피자금 인출을 도운 혐의와 부실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로 인해 기관경고를 받았다. 하나은행도 175억원의 상품권 횡령 등으로 과태료와 기관경고를, 신한은행은 지점장이 225억원을 장기간 횡령한 점이 드러나 지주사 사장이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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