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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기업 안방수성 팔 걷었다

◎미·EU기업들 무차별 파상공세에 생산·임금등 전분야서 구조조정/유통업계, 문화행사로 화합 도출 종업원지주제 도입·M&A도 활발중남미기업들이 다국적기업의 거센 공세에 맞서 안방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들어 미국 등 외국의 거대기업들이 전산업에 걸쳐 물밀듯이 진출하면서 경쟁구도가 격화되자 중남미기업들은 임금체계부터 생산라인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대대적인 구조 재조정작업에 발벗고 나섰다. 브라질 최대 슈퍼마켓체인인 그루포 파오 디 아쿠카사의 최고경영자인 루이즈 안토니오는『지금 우리의 유일한 생존전략은 바로 효율성제고』라고 잘라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2년간 월마트를 비롯한 미국 및 유럽 유통업체들의 진출이 봇물을 이루면서 대규모 경영 혁신을 단행하고 있다. 아쿠카는 외국기업과의 가격 경쟁으론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아래 자신의 고유한 강점을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브라질 전역의 2백27개 점포는 브라질에서 유일하게 컴퓨터 주문시스템을 갖추고 재고 및 판매물량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아쿠카는 24시간 문을 여는 유일한 슈퍼마켓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대외적인 홍보효과를 겨냥, 각종 문화 및 스포트 행사를 후원하는가 하면 재즈나 클래식 등 다양한 생음악을 고객들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또 주변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생산공정을 외주로 돌리는 한편 가장 경쟁력있는 사업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는 전략도 남미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남미기업들은 경영관리측면에도 뒤늦게 신경을 쓰고 있다. 과거 초인플레이션시대에 동원됐던 재무기법은 전세계 경쟁자와 맞서 싸워야 하는 지금 상황과는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고급인력 유치를 위해 새로운 보상시스템이나 이익 분배제도를 도입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매니저들이 물러나는 수난을 겪고있다. 일부 업체들은 종업원들의 공감대 확보 차원에서 종업원지주제 등 선진제도를 발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멕시코의 건설업체인 GEO사의 경우 최근 말단직원을 포함한 모든 종업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나누어 주면서 생산성 향상이라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자구노력으로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은 한발 나아가 인수합병전에도 뛰어들었다. 소기업을 매입하고 덩치를 키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파오 디 아쿠카사만해도 최근 2개의 브라질 슈퍼마켓체인을 사들였다. 이같은 인수합병전선은 중남미 이외의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세계 3대 시멘트업체인 멕시코의 케멕스사는 유럽 및 필리핀의 시멘트업체 주식을 잇따라 사들였다. 로렌조 잠브라노사장은 『국제적인 확장은 단일시장에서 안게되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수송체계를 관리할 수 있는 컴퓨터망을 갖추는 등 현대적인 경영기법도 새로 도입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모든 중남미기업들이 이처럼 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남미산업의 76%를 차지하고 있는 중간규모의 기업들은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수십년동안 가족적 경영과 비공식적인 재무회계에 젖어있던 이들은 지금 금융기관과 투자자의 불신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남미기업들에게 필수적인 은행 대출이나 자본시장 활용도 이들에겐 꿈같은 애기다. 한층 세련된 대외 이미지와 전략적 경영계획을 갖추는 것이 아직 쉽지않은 실정이다. 중남미기업들이 탐욕스러운 다국적기업들과의 전쟁에서 자신들의 시장과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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