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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공포심리 확산/“혹시 나도 실직…” 전전긍긍(대량감원시대)

◎불면증 등 호소… 정신과병원찾기도/“로자에만 희생 강요” 회사에 분개성원그룹 계열사 관리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L과장은 지난주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회사측의 인원감축 계획에 따라 과장급 이상 일괄사표 제출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사실 L과장은 회사 경영상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감원대상에 포함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터라 그 충격은 더했다. 최근 신경정신과 병원에는 이같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은 실직당한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하지도 못하는 참담한 심경에서 병원을 찾고 있고 해고 불안감으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대기업들의 감원태풍은 「실업자 1백만명시대」라는 엄청난 사회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과 관련, 구조조정 1호로 지목되고 있는 금융산업 종사자들의 고용불안 심리는 심각한 상태다. 한국노동연구원 최강식 동향분석실장은 『인력감축은 산업과 기업내부, 또 근로자 특성에 따라 차별화돼야 하는데 모든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이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체감 고용불안이 실제보다 크게 느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국대 김태기교수도 『최근 집단감원 등 기업마다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대량감원에 나서고 있는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용자와 근로자간 계약관계를 다소 외면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라며 『감원을 하더라도 서로 충분한 협의를 거쳐 상호 신뢰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기업마다 인력이 과다한 것은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위기를 틈타 과잉인력을 대거 청산하려는 경영계의 시각이 문제다. 이번 기회에 청산하지 못하면 상당기간 인력감축이 어렵다는 인식이 경영층에 팽배해 있고 따라서 감원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 김성중국장은 『산업현장에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이같은 고용불안 심리는 일부 기업에서 조장한 느낌도 있다』며 『고통분담을 위한 노력은 등한시하고 유행병처럼 자르고 보자는 것은 심히 유감스런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폴크스바겐사가 단체협약에서 고용보장 대신 주4일 근무와 임금 10% 삭감에 합의한 것은 감원만을 능사처럼 여기는 우리 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일본의 대다수 기업이 노사간에 고용안정을 조건으로 임금인상을 자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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