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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우나기'
입력1999-04-27 00:00:00
수정
1999.04.27 00:00:00
이용웅 기자
지난 97년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우나기」는 담백한 왜된장국을 연상시키는 영화이다. 우리말로 「장어」라는 뜻의 「우나기」는 「나라야마 부시코」로 83년에도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바 있는 일본의 노장 이마무라 쇼헤이(73) 감독 작품이다.「우나기」는 남녀는 만나면 사랑하거나 질투하고 때론 미워하기 마련이고, 이웃사촌은 원수가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음을, 또 과공은 지나친 간섭으로 변할 수도 있음을 매우 평범하게 그리고 있다. 「있는 것은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은 있는 것」이라는 무념무상의 불교적 인생관이 전편에 흐르고 있으나, 매우 강인하고 끈질긴 사랑의 교감이 뿌리내리고 있으니 감독은 삶의 그 불가해함을 매우 설득력있게 그리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휴머니즘과의 입맞춤이며, 영화의 흐름도 가능한 한 모든 인위(人爲)를 버린 무위의 연출에 따르고 있다.
평범한 도시의 남자 야마시타 다쿠로의 앞에 익명의 편지가 날아온다. 「당신이 밤낚시를 떠날 때면 부인은 다른 남자를 끌어들여 정사를 벌이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야마시타는 어느날 밤 낚시를 떠났다가 몰래 집에 돌아와 아내의 불륜현장을 목격하고, 무참하게 살해한다.
8년간의 수형생활 끝에 가석방된 야마시타는 스님 나카지마 지로의 지도를 받으며 이발소를 차려 일상인의 생활로 돌아간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 여인의 음독자살현장을 목격하고 그녀를 구하게 된다. 하토리 게이코, 토지마라는 옛애인과의 불륜이 끝장난 여인이었다. 이때부터 이발소에 들어온 게이코의 야마시타에 대한 연정이 아름답게 시작되면서, 영화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심리를 매우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우나기」에는 몇가지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수형생활에 길들여진 야마시타의 로봇화된 움직임, 게이코가 자기를 외면하는 야마시타를 위해 도시락을 싸들고 다리 위에서 기다리는 장면, 출연진이 모두 모인 이발소에서 일대 혈투가 코믹하게 전개되는 신 등에서 감독의 영화보는 시선을 읽을 수 있다. 야마시타 역을 맡은 일본 최고의 인기배우 야쿠쇼 코우지와 게이코 역의 시미즈 미사등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훌륭하다.
영화는 후반부로 들어설수록 코믹한 분위기에 지배되는데, 감독은 인생사 전부 한판 희극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다. 제목으로 차용된 우나기(장어)는 적도까지 내려갔다가 알을 까고 새끼가 나오면 숱한 고난을 뚫고 다시 민물로 올라오는 물고기이다.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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