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부과는 면밀히 준비해도 막상 시행되면 저항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번 개정법 통과 과정에는 경제적 고려 없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졸속으로 강행한 탓에 많은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 이번 법이 지닌 문제점을 5가지로 정리해봤다.
먼저 소득세 과표구간별 분포의 적정성 문제.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인 '8,800만원 이상(세율 35%)'에서 갑자기 '3억원 초과(38%)'가 생기면서 과표구간 분포가 너무 넓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3억원 초과 적용대상은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전체 소득자 1,890만명의 0.33%에 불과한 6만3,000명이며 추가 세수확보도 7,70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표를 높게 잡아 실제 증세의 대상과 금액이 미미하기 때문에 '부자증세' 찬반 진영에서 모두 실효가 없는 정치적 제스처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근로소득자와 자본소득자 간 형평성 문제도 어김없이 제기된다. 이는 우리 세법이 근로소득과 양도소득 등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면서 자산증식과 자본지장 육성을 위해 주식 양도차익 등 자본소득 과세는 소홀히 한 측면이 크다. 이번 최고세율 신설로 주식 부자는 제쳐두고 고소득 근로자들의 지갑만 또 털어간다는 불만이 나오게 됐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도 "주식과 금융 분야의 여러 부분에 대해 과세가 안 되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가 불평등한 세부담을 지게 됐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다. 일례로 4억원의 사업소득을 올린 개인은 38%의 세부담을 지지만 법인의 경우 20%(과표 2억~200억원 이하) 세율을 적용받는다.
3억원 이상 소득자들만 애꿎게 증세 대상이 됐다는 점도 문제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과표구간 '1,200만원 이하'와 '1,200만~4,600만원 이하' '4,600만~8,800만원 이하'는 각각 2%포인트씩 세율이 낮아지는 감세가 적용됐고 '8,800만원 이상'은 감세가 철회됐지만 결국 기존 세율 35%가 유지됐다. 하지만 3억원 이상 소득자는 기존의 35%에서 38%로 증세되면서 형평성이 크게 훼손됐다.
비슷한 맥락에서 세수증대를 위해서는 고소득층 증세보다는 비과세ㆍ감면에 대한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부는 올해 소득세 부문 감면액이 총 16조4,385억원으로 정부가 시행하는 국세감면의 절반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소득세에 대한 세제혜택의 경우 근로자 지원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비과세ㆍ감면을 늘리면서 부자증세에 앞장서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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