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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브랜드 밀레가 브랜드 정체성을 잃고 갈팡질팡하며 충성 고객 이탈이 심해지고 있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반짝 인기에 영합하는 모델 정책과 정체성이 모호한 광고 콘셉트, 타깃층의 갑작스러운 변화 등에 따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갈수록 흐려지면서 소비자 혼선을 빚고 있어서다. 심지어 젊은 층을 잡기 위해 부랴부랴 선보인 세컨드 브랜드 엠리밋과 밀레 골프 라인 역시 경쟁사 따라하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밀레는 아웃도어 시장 정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올해 신규 물량을 전년보다 20~30% 축소하는 한편 이월행사, 할인전 등을 통해 지난해 산적한 재고를 떨어내는 소극적 전략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아웃도어 업계에 따르면 이달 현재 6위인 밀레는 5위 네파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 것은 물론 7위 아이더에도 덜미를 잡히기 직전이다. 최근 수년간 지속됐던 치열한 5위 쟁탈전에서 사실상 밀려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에따라 올해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낮추고 신규 물량도 최대 30% 가까이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 들어 계속되는 할인 전략으로 최근 가까스로 2% 신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프랑스 밀레 본사의 파격적인 지원과 투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겨우 연명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밀레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성없는 모델 전략이 꼽힌다. 밀레만큼 모델을 자주 바꾸는 아웃도어 브랜드도 없다는 게 중론. 1966년 등산양말을 만들던 한고상사에서 시작한 밀레는 자체 등산복 브랜드 '에델바이스'의 이름을 따 2004년부터 사명을 (주)에델바이스아웃도어로 바꿨다. 그 후 2009년 라이선스로 전개하던 프랑스 브랜드 밀레의 한국 상표권을 100억원에 사들인 후 2010년 사명도 밀레로 바꾸며 자체 브랜드 에델바이스 전개를 중단했다.
밀레로 사명을 변경하기 전 에델바이스아웃도어는 산악인 한왕용과 엄홍길 대장을 메인 모델로 전문성을 강조하며 소비자에게 신뢰를 쌓아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경쟁사의 스타마케팅에 휩쓸리며 브랜드 정체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2011년 엄태웅을 시작으로 밀레는 스타 마케팅에 뛰어든 후 이듬해 엄태웅, 고아라에 이어 2013년 하정우, 문채원, 2014년 빅뱅(탑), 박신혜, 2015년 이종석, 박신혜로 해마다 간판모델을 교체했다. 특히 하정우 등 강인한 이미지의 남성을 주로 모델로 선택했던 밀레는 지난해부터 갑자기 타깃층을 2030대로 낮추고 젊은 층 유입을 위해 아이돌 스타 기용에 열을 올렸다. 그 때 그 때 반짝 부상한 스타들을 브랜드에 끼워 맞추면서 밀레의 정체성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이는 2011년부터 5년째 조인성을 간판으로 내세워 독자적인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업계 선두 블랙야크와는 대조적이다. 아웃도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의 기능보다 이미지 마케팅에만 열을 올린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며 "'알피니즘'을 앞세운 헤리티지와 평상시 아웃도어웨어를 표방한 '캐주얼'을 콘셉트로 한 광고를 동시에 내보내니 서로 상충되는 이미지 때문에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어 그나마 있던 충성 고객도 이탈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더욱이 최근 밀레의 60초 광고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매력적인 광고가 아닌 이상 60초 광고가 생경해 보일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광고를 강요하는 듯 하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분위기에 편승해 섣부른 경쟁사 따라하기 전략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K2의 세컨드 브랜드 '아이더'가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자 타깃 연령층이 높은 밀레는 젊은 층을 끌어안는다며 '엠리밋'을 2013년 선보였다. 하지만 모 브랜드인 밀레도 최근 캐주얼 아웃도어를 표방하며 갑작스럽게 타깃층을 낮추면서 엠리밋의 타깃층과 콘셉트 충돌로 서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엠리밋은 지난해 목표치를 500억원으로 잡았지만 이에 크게 못미친 400억원에 머물렀다. 엠리밋 역시 광고 모델로 지난해 드라마 '미생'으로 반짝 인기를 모은 아이돌그룹 제국의아이들의 임시완을 기용해 밀레의 전철을 밟고 있다.
게다가 밀레는 지난해 봄 선보인 K2의 골프웨어 '와이드 앵글'이 성공 조짐을 보이자 올 봄 느닷없이 '밀레 골프 라인'을 출시했다. 부담스러운 브랜드 론칭보다는 신규 라인을 통해 시장을 떠보겠다는 식이다. 일단 잘되는 경쟁사의 전략을 베끼고 보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TV 프로그램 협찬의 경우에도 항상 다른 브랜드가 들어가 인기를 얻으면 뒤따라 들어와 뒷북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밀레는 시장을 주도하는 전략이 전무한 브랜드"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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