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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기업은행 사례로 본 '기술금융' 성공비결

CEO 의지·외부 전문인력 수혈이 열쇠

대출·투자 심사때 기술평가 의무화… 담보 중심 관행 변화 일으켜


경기도 화성에서 석고붕대를 생산하는 A업체의 사장 이동건(가명)씨는 사업장 매입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거래은행을 찾았다. 기술력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는 모두 마련했다.

그러나 거래은행은 재무안정성을 이유로 대출을 거절했다.

과감히 기술투자에 나섰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줄은 몰랐다. 이씨는 마지막 심정으로 기업은행을 찾았다. 기업은행은 이 업체만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 시설자금 12억원을 지원했다.

제출서류는 똑같았다. 거래은행에서 지적한 재무안정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기업은행이 지난 4월 내놓은 'IP(지식재산권)사업화자금대출'이 출시 6개월 만에 한도(500억원)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만큼 중소기업들의 수요가 많다는 뜻인데 기술금융 논의가 한창인데도 지지부진한 상황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시중은행들에 큰 시사점으로 다가온다.

10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IP사업화자금대출 지원실적은 34개 기업, 2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상품은 4월 초 처음 선보였는데 한 달 후인 5월 초에 7개 기업, 총 50억원이 지원됐다. 이후 2개월 만에 150억원이 넘는 대출이 이뤄진 셈이다.

이 상품은 오는 9월 중으로 총 한도 500억원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금융은 담보대출과 달리 무형자산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평가기간이 상대적으로 긴데 현재 대출 대기수요가 많아 한도 소진은 시간 문제다. 기업은행은 하반기 중으로 2차 IP사업화자금대출을 출시한다.



기업은행은 정부 소유의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정책금융의 행동대장이라는 제한적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런 꼬리표를 감수하더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활성화 방침과 달리 뒷짐만 쥐고 있는 시중은행들에 시사하는 바가 만만찮다.

성공 비결은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먼저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의지다.

기업은행은 조준희 전 은행장 때부터 기술금융·문화콘텐츠금융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바통을 넘겨받은 권선주 행장은 틈날 때마다 기술금융 활성화를 부르짖었다. 은행의 수장이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자 담보대출 중심의 보신주의 관행이 희석됐다.

외부 전문인력도 적극 받아들였다. 기술금융은 기술평가에서부터 시작한다. 기술평가는 은행원이 할 수 없는 분야다. 외부인력 충원이 필수적인데 시중은행들에 만연한 순혈주의는 큰 걸림돌이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7월 기술평가팀을 신설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부서를 확대 개편했다.

기술금융팀은 평가팀과 사업팀 등으로 나뉘는데 평가팀에만 6명의 산업현장 기술전문가, 4명의 기계·금속·화학 전문가 등 총 10명의 평가인력을 갖췄다. 1~2명의 내부인력을 배치하거나 전담팀조차 만들지 않은 시중은행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중소기업금융의 강자인 기업은행이 오랜 시간 쌓은 누적 데이터 및 중기금융 노하우도 한몫했다.

또 기업은행의 기술금융 활성화는 구호에만 그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올 2월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대출·투자를 심사할 때 반드시 기술평가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담보 중심의 대출 관행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조치였다. 대출 희망업체들의 금융비용도 낮춰줬다. 본점 기술금융부가 사전평가를 통해 업체를 선정하면 한국발명진흥회가 기술력평가를 실시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평가 수수료 1,500만원가량은 기업은행과 특허청이 전액 부담한다.

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기술력을 우대하는 금융서비스 문화가 정착돼야 금융업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며 "중소기업들의 기술금융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많아 은행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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