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권오준 회장 단독 인터뷰] "누가 봐도 납득할 쇄신안 내놓을 것"

/=연합뉴스

권오준(사진) 포스코 회장이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만한 쇄신안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사표 제출'이라는 포스코 초유의 비상경영 체제인 만큼 쇄신 수준을 가장 높은 단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포스코그룹의 앞날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했다.

권 회장은 요즘 출근시간을 앞당겼다. 평소 오전8시 전후에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 도착하지만 쇄신위원회 출범을 알린 지난 14일과 15일 이틀 연속 30~40분가량 이른 오전7시20분 전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만큼 현재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몸으로 말하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고위임원들의 출근길도 평소보다 빨라졌다. 권 회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내외부 관계자들이 납득할 만한 쇄신안을 만들어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루 전 출범한 비상경영쇄신위원회의 운영계획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또 권 회장은 "위원회별로 내부 임직원과 주주를 포함한 외부 이해관계자의 VOC(고객의 소리)를 잘 수렴하겠다"며 "최근 사태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결연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을 풀어갔다.

권 회장은 눈과 귀를 활짝 열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그는 의견청취 대상을 재차 묻자 "포스코 원로들과 국내외 주주, 고객, 협력사 등 포스코의 개선방향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모두"라고 강조했다. 포스코 쇄신위 활동의 출발점이 의견수렴인 셈이다. 기초는 지난달 말 사외이사들이 포스코 경영진에게 제안한 △구조조정 △공정한 인사 △투명한 거래 △관용 없는 윤리원칙이다. 여기에 포스코 원로부터 국내외 주주, 협력사 등 각계각층을 망라한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외부에서 바라보는 포스코를 있는 그대로 살피며 개선과제를 도출하게 된다. 포스코는 이날 쇄신위 분과위원장 임명도 끝냈다. 구조조정분과는 조청명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이 담당하고 책임경영분과는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원장이 맡는다. 인사혁신분과위원장은 윤동준 경영인프라본부장(부사장), 거래관행은 오인환 철강사업본부장(부사장), 윤리·의식은 김진일 철강생산본부장(사장)이 각각 선임됐다. 분과위는 이날부터 바로 활동을 시작해 전방위적인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쇄신위 활동의 종착점은 '고강도 혁신'으로 예상된다. 권 회장은 이날에도 '내외부 관계자들이 납득할 만한 쇄신안'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굳은 마음을 나타냈다. 하루 전날 그룹 수뇌부는 일제히 사표를 제출하며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쇄신 의지를 다졌다. 여러모로 거창하게 비상경영을 선포한 만큼 흐지부지 끝난다면 '용두사미'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쇄신작업의 수준이 어느 때보다도 높을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3월부터 시작된 포스코건설에 대한 검찰수사 중간결과에서 보듯 포스코 내부에는 비자금 조성이나 협력사와의 불법거래, 인맥을 활용한 청탁 등 심각한 부패들이 여전하다. 수사 결과나 사외이사들의 지적, 분과위원회 구성을 볼 때 인사와 거래절차에서 투명성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태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구매부서나 해외법인 등이 주요 혁신 대상으로 꼽힌다. 또 사외이사들이 관용 없는 윤리원칙을 내건 만큼 신상필벌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수뇌부의 사표 제출이 형식으로 끝나지 않고 적지 않게 수리될 수 있다는 예상과도 맞아떨어진다.



'부패'와 더불어 '부실'은 최근 포스코의 이미지를 떨어뜨린 또 다른 주범으로 꼽히기 때문에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구조조정은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획기적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는 이날도 비핵심자산인 호주 구리광산 지분을 매각해 1,100억원가량을 추가 확보한 사실을 알렸다. 포스코 호주 현지법인은 14일(현지시간) 2008년 5월에 사들인 구리광산 업체 샌드파이어리소시스 주식 2,375만 주(지분 15.2%)를 주당 5.43호주달러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1억2,900만호주달러(약 1,133억원)다. 매입가격이 주당 1.6호주달러로 모두 3,800만호주달러(당시 기준 약 320억원)를 지불한 만큼 수백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구리를 다루지 않는 포스코는 샌드파이어를 비핵심자산으로 분류하고 2013년부터 매각을 추진했다. 구리 가격을 고려해 매각시점을 조율하던 포스코는 2월 구리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자 최근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1순위로 떠오른 포스코플랜텍의 경우 현재로서는 포스코가 추가 자금을 지원하기보다 경영정상화에 무게를 둔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가 지난해 말 이미 2,900억원을 지원해 돈을 더 쏟아붓기는 어렵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와 포스코플랜텍이 공동 영업과 마케팅에 나서는 등 원가를 절감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며 "자금지원만이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밖에 잠재적 부실을 안고 있는 해외법인과 계열사들에 대한 개선작업 역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부실'이라는 수식어가 포스코의 이미지를 끌어내린 만큼 또다시 부실이 거론되기 전에 다각도의 선제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하이알과 포스코플랜텍의 사례에서 보듯 포스코의 울타리만으로 부실을 덮어주는 시대는 갔다"며 "포스코가 어떤 쇄신안을 내놓을지 철강 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