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에서 강조하는 창조경제는 말 그대로 창업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누구나 손쉽게 창업하고 성공률을 높이는 데 전력을 매진할 것입니다."
대전 창업진흥원에서 만난 강시우(57·사진) 창업진흥원장은 최근 국내 어떤 기관장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창조경제의 최선봉에 서서 창업 활성화를 진두 지휘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업진흥원의 올해 예산은 1,803억원으로 지난해(1,583억원)에 비해 220억원(14%)이나 증가했다. 기관 사업의 폭이 넓어진 만큼 전날도 새벽 1시가 넘어서야 퇴근했다는 그는 제 2의 창업ㆍ벤처 붐을 일으키기 위한 고민에 쉴 틈이 없어 보였다.
강 원장은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박 대통령이 직접 '일이 많겠다'며 격려했다"며 "2000년대 초반 벤처 붐 시대의 절반 정도만 분위기를 끌어올려도 충분히 경제에 활력소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지난 1996년 중소기업청이 처음 설립될 때부터 몸담아 지난해까지 자리를 지킨 중기 전문 관료다. 1987년 상공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중소기업이 미래의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판단, 자진 합류했다. 창업진흥원장에는 올 1월13일 취임했다.
강 원장은 "중기청에서 여러 업무를 맡으며 창업자마다 처한 상황과 원하는 바가 모두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지금까지 정부의 창업 지원 시스템이 공급자 입장에서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이뤄졌으나 이제는 각 사업을 수요자에 맞춰 세분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 원장은 특히 창업의 편의성과 생존율을 높이는 데 정책의 역점을 둘 생각이다. 창업의 양과 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
먼저 올 9월까지 현 '창업넷' 홈페이지 안에 '창업마을(가칭)'이라는 온라인 통합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 창업 지원 신청방법을 온라인으로 일원화할 방침이다. 창업 지원사업 신청ㆍ선정ㆍ통보ㆍ사후관리 등 모든 사업 주기를 통합해 창업자에 편리한 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온라인 법인설립시스템을 운영해 국세청ㆍ은행ㆍ등기소ㆍ세무서ㆍ고용노동지청ㆍ4대 보험센터 등 7개 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창업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아울러 청소년 비즈쿨, 창업아카데미 등 연령대별 맞춤형 창업교육을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5개 대학에 창업교육ㆍ콘텐츠 개발ㆍ성공창업가 네트워크 구축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가센터를 신설한다. 창업선도대학도 5개 대학을 추가로 지정해 21개로 확대하고 사관학교식 선도대학도 10개교로 확장해 총 600여명의 청년창업가를 발굴ㆍ육성할 계획이다. 경영ㆍ기술ㆍ회계 전문가 등 창업자 멘토도 1,000명까지 확충한다.
강 원장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저변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창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는 창업 맞춤형 사업을 하는 데 앞서 미리 소비자 반응조사를 실시해 100여명을 걸러낼 것"이라고 소개했다.
창업의 글로벌화 또한 강 원장이 공을 들이는 분야다. 올해부터 외국인 전용 기술창업 프로그램을 도입, 외국인이 국내에 법인을 설립할 때 자금ㆍ공간ㆍ멘토링ㆍ창업 비자 등을 지원한다. 장기적으로는 코트라(KOTRA) 등 관련 기관의 협조를 세계 각국의 창업 정보를 체계화해 공개하는 글로벌 창업역량 결합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강 원장은 "이제는 창업도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아직은 지원 체계가 빈약하다"며 "만드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글로벌 창업 정보 종합 플랫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부 창업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각 사업에 대한 중간점검ㆍ현장점검과 최종결과물에 대한 기술심의를 강화해 부정사업자를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의지다. 장기적으로 창업경력관리제도를 도입해 지원사업 수혜자들의 이력을 관리하며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창업 지원도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조금만 느슨하게 운용하면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며 "대학 등 각 사업 주관기관과 힘을 합쳐 부정사업자는 철저히 막겠다"고 힘줘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