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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부실화의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야 하는 회계법인들이 이번에도 제 몫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책임론이 도마 위에 올랐다. 회계법인들은 부실 저축은행을 가려내는 가장 중요한 척도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의 오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퇴출이 확정된 솔로몬ㆍ한국ㆍ미래ㆍ한주저축은행이 올초 자체적으로 발표한 BIS비율은 금융당국이 발표한 실제 수치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이 자체적으로 발표한 BIS비율은 8.89%였지만 금융당국 진단결과는 절반도 안 되는 4.35%에 머물렀다.
한국저축은행의 경우 당초 5.12%였던 BIS비율이 -1.36%로 쪼그라들었고 미래저축은행과 한주저축은행의 경우 자체 발표 수치와 실제 수치 간 괴리가 각각 21.96%포인트, 41.39%포인트에 달했다.
이처럼 실제 BIS비율이 당초 발표와 달리 크게 악화된 것은 금융당국이 진행한 검사에서 대규모의 추가 부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회계법인들의 감사가 느슨했다는 뜻이다. 회계법인들은 여신한도를 넘어선 대출은 물론 신용공여한도 및 동일인 여신한도 위반, 차명대출 등의 위반행위를 잡아내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저축은행들이 건전성 분류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를 회계법인들이 그냥 지나쳤다"며 "금감원 검사를 통해 추가 부실이 적발되거나 기간이 경과되면서 충당금을 추가로 넣어야 하는 부분이 발견됐고 불법행위까지 나타나 부실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의 저축은행 부실감사가 드러날 경우 징계를 가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부실감사가 확인되면 감사인 제한 조치를 포함해 해당 회계법인에는 책임을 묻는 등 중징계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분명 저축은행은 회계법인에 감사를 의뢰한 고객이지만 그렇다고 부실감사를 눈 감아줄 수는 없다"며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부실감사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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