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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방문한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내에 위치한 바스프 아태지역 전자소재 연구개발(R&D)센터. 자동화 비율이 높아 분위기가 한적했지만 각 연구실마다 놓인 실험기기는 남달랐다. 조원섭 공동센터장은 이들 기기를 가리키며 "고객사에서 쓰는 것과 똑같은 장비"라고 설명했다. 수십억원을 들여 똑같은 장비를 갖춘 이유는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 R&D센터는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등이 필요로 하는 전자·반도체 등의 소재를 보다 신속히 개발·공급하기 위해 설립됐다. 바스프의 글로벌 전자소재 분야 R&D를 지휘하는 본부가 한국에 자리잡았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스테판 베커 공동센터장은 "바스프 전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연구가 진행 중인 한국 R&D센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R&D센터 개소 이후 지금까지 베커 소장과 40여명의 연구인력이 줄곧 매달려 온 과제는 휘어지는(flexible)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데 필수인 인쇄 전자소재다. 인쇄 전자소재는 도금 대신 전자잉크를 분사해 전자회로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이를 적용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접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현재 설계도대로 정밀하게 인쇄할 수 있는 잉크 등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베커 센터장은 "2년 내로 인쇄 전자기술을 적용한 기기가 출시될 것"이라며 "초기에는 해상도가 낮고 화면이 작은 전자책 단말기부터 시작하겠지만 나중에는 해상도 높은 대형 디스플레이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고 싶어하는 고객사들의 압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도 표정에는 개발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인쇄 전자 외에도 이곳 연구원들이 '성배(Holy grail)'라고 부를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연구 중인 과제가 있다. 바로 청색 인광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다. 현재 OLED 디스플레이의 색상을 내는 적색·녹색·청색 중 적색과 녹색은 더 밝고 수명이 긴 인광 소재를 쓰지만 청색 인광은 적·녹색만큼의 수명을 구현하기 어려워 업계의 난제로 꼽힌다. 적·녹색 인광소재만큼의 수명을 자랑하는 청색 인광 소재를 오는 2018년까지 개발해낸다는 것이 바스프의 계획이다.
바스프는 R&D센터뿐 아니라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를 위해 한국에 공장을 추가로 설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보리스 예니쉐스 바스프 아태지역 전자재료 사업본부 사장은 "한국에 연구소를 만든 덕분에 고객사와의 협업이 더욱 쉬워졌다"며 "시기를 밝힐 수는 없지만 고객사와의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맞춰 한국에 전자소재 공장도 지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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