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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없는 토종 면도기 브랜드 조아스를 살려내겠습니다. 아직도 조아스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10일 기자와 만난 김준현(37·사진) 바툼 대표는 조아스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조아스전자는 부도났지만 지난 수년간 조아스와 함께 성장한 만큼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은 그대로였다.
김 대표와 전 직원들이 함께 설립한 바툼은 조아스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조아스전자와는 다른 회사다. 그는 "바툼은 조아스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을 뿐, 기존 조아스전자와는 완전 다른 회사"라며 "조아스전자에 있던 생산본부장, 영업본부장을 비롯해 몇몇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바툼이라는 새 법인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툼은 순 우리말로 받침이란 뜻으로, 생활가전이 컵받침이나 책받침처럼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자주 쓰고 밀착된 느낌이 있어 사명으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를 세우기까지는 만만치 않았다. 투자금도 없어 3명이 돈을 모아 자본금 6,000만원으로 시작했다. 김 대표는 "다들 퇴직금도 못 받고 나와서 그 동안 매출도 없어 실업급여로 버텼다"며 "함께 모은 6,000만원을 외상매입비, 택배비로 쓰고 운영비는 아예 안 쓰면서 3개월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도 중국에서 제품이 수천개씩 들어오면 놔둘 곳이 없어 아는 사람 창고를 빌리고, 지게차 없이 직원들이 직접 옮기며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툼이 조아스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브랜드소유권을 조아스전자가 아니라 전 조아스전자 개인 주주가 갖고 있어 가능했다. 김 대표는 "조아스 상표권을 가진 전 조아스전자 주주와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독점계약을 맺었다"며 "다른 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기존 소비자를 잃을까봐 조아스 브랜드를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아스 브랜드의 매력으로 애프터서비스와 상대적으로 싼 가격을 들었다. 김 대표는 "필립스 같은 외산브랜드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조아스 면도기가 외산에 비해 평가절하를 받을 이유는 없다"며 "조아스 제품은 성능이 좋고 가격도 싸면서 무엇보다 AS가 외산에 비해 편하고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내달 신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유통에 집중했지만, 조금씩 매출이 발생하면서 다시금 조아스 브랜드의 부활에 가속도를 낼 방침이다. 그는 "내달 말 인기제품을 중심으로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한 신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100% 국내 기술로 제작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도 내놓고 이전에 반응이 좋았던 유아용 이발기도 다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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