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시장 왜이러나’당혹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효과에 들썩였던 증시가 엔ㆍ달러 환율 100엔 돌파라는 복병을 만나 하루 만에 무릎을 꿇었다.
엔ㆍ달러 환율이 시장의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100엔을 넘어서자 급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75%(32.70포인트) 내린 1,944.75포인트에 거래를 마쳐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7월12일 하루 동안 41포인트 떨어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전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으로 상승한 1.18%를 하루 만에 모두 반납했다.
전날 1,417억원 순매수하며 엿새만에 ‘사자’로 전환한 외국인이 하루만에 1,774억원 내던졌고 기관마저 2,370억원의 물량을 내놓으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엔ㆍ달러 환율이 4년만에 100엔을 넘어선 것이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오전 한 때 달러당 101.16엔까지 급등하는 등 강세를 나타낸 끝에 100.95엔에 거래를 마쳤다.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4월14일 이후 처음이다.
최석원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늘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것은 엔화 약세 말고는 딱히 설명할 길이 없다”며 “그러나 달러당 100엔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치더라도 그 동안 약세 흐름이 이어져 왔고 전날에 비해 1.76% 오른 데 불과한 점을 생각해 볼 때 시장이 출렁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오늘 엔ㆍ달러 환율이 오른 것은 일본이 돈을 풀겠다는 것보다는 미국 경제지표가 좋아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 때문”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엔화 약세 흐름으로 시장이 고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100엔을 넘어섰다고 지수가 급락한 것은 일종의 ‘신경질적 반응’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하락 업종은 엔화 약세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수출업종에 국한되지 않았다. 기계(-2.49%)와 운송장비(-2.28%), 전기ㆍ전자(-2.21%), 철강ㆍ금속(-2.08%) 등 수출업종은 물론 음식료품(-2.85%)과 유통(-1.98%), 서비스(-1.22%), 금융(-1.13%) 등 대표적인 내수 업종도 큰 폭으로 빠졌다. 롯데쇼핑이 6% 넘게 하락했고 락앤락이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는 등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부정적으로 돌아 선 모양새다.
전날 금통위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 기조를 나타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회의감도 투자 심리를 위축 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금리 인하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1원 오른 1,106.1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석원 센터장은 “기축통화라고 할 수 있는 달러화나 엔화는 거래통화는 물론 투자 통화로서의 의미가 있어 가치가 내려가더라도 다시 올라올 수 있는 힘이 있다”며 “그러나 원화의 경우 달러화나 엔화와 달리 가치 하락의 흐름이 이어지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고 따라서 금리 하락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데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 시에는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 금리 동결시에는 원화 강세로 인한 환율 이득을 노릴 수 있어 수급 측면에서도 원화 약세보다는 강세 흐름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엔화의 약세 흐름도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엔화 약세가 한 풀 꺾이면 국내 증시도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학균 팀장은 “자국 통화의 평가 절하 정책은 교역 상대방의 용인이 있어야 가능한데 이는 정치적인 상황과 연계되는 측면이 크다”며 “일본의 최근 정치적 행보를 볼 때 중국이 본격적으로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일본의 돈 풀기도 제한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코스피지수의 흐름을 살펴보면 원ㆍ달러 환율보다는 엔ㆍ달러 환율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엔화 약세 흐름이 한 풀 꺾이면 국내 증시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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