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한 것은 네이버에도 매우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보단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이 훨씬 더 두렵고 어려운 일입니다. "
이해진(47·사진) 네이버 의장은 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행사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IT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좋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13년 만에 국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25조원이지만, 구글 380조원, 애플 400조원, 페이스북 160조원에 달하고 바이두 63조원, 알리바바 170조원, 텐센트 142조원 등 미국과 중국의 IT(정보기술) 기업들은 체급부터 우리와 다르다"며 "이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하려다 보면 우리가 너무 작아 버겁기도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싸워 이겨야 하는 상대"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우리나라 게임 및 콘텐츠 시장이 이들 거대 글로벌 기업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 의장은 "중국의 텐센트가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만 투자한 돈이 6,000억원을 넘어서고 있고, 구글이 M&A(인수합병)에 사용하기 위해 조세 회피처에 숨겨둔 자금이 3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며 "우리가 이런 기업들과 싸워서 이기려면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좋은 스타트업 기업들을 발굴해서 함께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내 인터넷 기업에 대한 정부 당국의 규제 역차별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의장은 강한 어조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회사는 페이스북이며, 유튜브 같은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도 영역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당국의 강한 규제를 받으면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국내에 유한회사 형태로 서비스를 하고 있어서 매출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 반면 우리처럼 매출 데이터가 나오는 회사들이 규제의 타깃이 되는 형국"이라며 "규제도 필요하지만 규제에 앞서 시장에서 누가 1등을 하고 있는지, 시장을 어느 회사가 더 많이 차지하고 있는지 데이터를 통해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상장 계획과 관련, 이 의장은 "'라인'의 발전을 위해 M&A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고, 해외 기업들로부터도 제안이 들어왔지만 아직 까지는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검토하는 단계"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김상헌 대표와 자신의 역할 구분에 대해 "축구에 빗대 생각해보면 김 대표가 후방에서 경기 전반의 흐름을 조율하는 '미드필더'라면 저는 글로벌 시장을 뚫기 위해 뛰어야 하는 '공격형 윙'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 네이버의 경영은 김 대표가 중심을 갖고 추진하고, 저는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데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이 의장은 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메신저 '라인'은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되는 만큼 이를 통해 더 많은 히든 챔피언이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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