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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수급 무시 '관치물가' 심화

■ 李대통령 '물가관리 실명제' 도입 지시<br>공정위, 기업 압박 불보듯<br>'가격 관치'도 기승 예상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안정을 위해 주요 농축산물 물가관리에 실명제를 도입하라는 지시를 내림에 따라 관련 부처의 움직임 바빠졌다. 하지만 자칫 시장의 수급을 무시한 관치물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배추 가격 등락률은 최고(최저) 30%로 설정됐다. 배추의 지난해 가격 등락폭이 거의 200%에 가까웠던 점과 비교하면 7분의1 수준이다. 배추 가격은 지난해 1월에는 전년 대비 가격 상승률이 153%까지 치솟으며 소매가격의 경우 포기당 2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10월에는 수입산 배추 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이 되레 전년 같은 기간의 65%로 급락하기도 했다. 배추 등 농수산물은 가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와 작황에 따른 수급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올해 배추 값 등락률을 30% 이내로 잡은 것 역시 '희망사항'에 가깝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날 직접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한선을 잡고 관리 실명제를 도입하라'고 지시하면서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수급보다 인위적인 '가격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됐다.

한 농산물 단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농산물 가격은 날씨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변동폭을 미리 잡기가 어려운 측면이 많다"며 "자칫 시장의 수급은 외면한 '관치물가'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농식품부는 쌀ㆍ배추ㆍ고추ㆍ마늘ㆍ양파ㆍ쇠고기ㆍ돼지고기ㆍ닭고기 등 8개 품목에 대해 수급과 가격 흐름을 포함한 실명제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농식품부 국ㆍ과장을 비롯해 농업 관련 산하기관과 연구소 등의 관련자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날 '실명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이상 앞으로는 해당 품목의 물가관리에 실패할 경우 담당공무원 징계 등 패널티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이날 직접 농축산물 가격과 관련해 실명제를 언급한 만큼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물가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보다 자세한 것은 조만간 있을 해당 부처와의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물가 위원회'라는 비아냥을 들어온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격 관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명분'을 만들어준 이상 공정위가 기업의 사정을 봐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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