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10대 기업은 해외에서 66%의 매출을 올리면서 법인세의 82%를 국내에서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대 기업은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약 3조원 이상 법인세를 납부했는데 이는 올해 전 계층에 지급되는 보육료(2조6,000억원)와 양육수당(9,000억원)을 무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2년 국세통계연보와 재무제표 등을 통해 10대 기업 등 주요 기업의 세수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이 납부한 법인세는 3조5,000억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체 법인세(40조원)의 8.6% 수준이다. 연도별로 10대 기업의 전체 법인세 비중은 2009년 6.5%에서 2012년 8.6% 등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법인세 납부실적이 소수 기업에 쏠리는 편중현상은 10대 기업만이 아니다. 매출액 상위 0.1%에 불과한 400여개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65.6%인 26조5,000억원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0대 기업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은 평균 66%. 반면 법인세 국내 납부 비중은 82%에 이른다. 전체 법인세 가운데 18%가량을 해외에 납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당 등 해외 법인의 상당 부분 소득이 내국 법인에 잡히고 이에 맞춰 법인세를 내고 있다"며 "아울러 일부 해외 기업은 본사를 아예 제3국에 두고 있지만 우리 법인은 본사를 국내에 두고 있다는 것 등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의 납세 기여도는 근로소득세와 지방세 등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10대 기업의 경우 총 31만명의 근로자(임원 제외)를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 근로자가 부담하는 근로소득세는 1조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통해 역추정해보면 10대 기업은 31만명을 고용하고 있고 이들에게 21조원가량을 급여로 지급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아울러 포스코의 경우 포항 전체 지방세의 13%(387억원), 광양 전체 지방세의 33%(290억원) 등을 차지하는 등 주요 기업들의 경우 지방세수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조세팀장은 "세수 기여도를 분석해본 결과 주요 기업들이 국내에서 많은 세금 부담 등을 통해 국가 경제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며 "상위 기업들은 이미 법인세 부담이 상당 부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위에서 보듯 세 부담이 상당한 수준"이라며 "세수 확대는 세율 인상이 아닌 세원 확대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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