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스크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는 한ㆍ미 연합 키리졸브 훈련이 11일 시작됐다. 증시는 장중 2,000선 아래로 뚝 떨어지며 낙폭을 키웠다. 지난해 10월 이후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던 국가ㆍ지자체가 2,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시장을 쓸어 담았다. 증시는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기관투자가의 하나인 국가ㆍ지자체가 나선 데 대해 전문가들은 증시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로 판단했다. 시장 흐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2,000.57포인트로 소폭 하락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북한 리스크에 장초반 1,982.38포인트까지 떨어졌다가 장막판 기관들의 순매수세로 전거래일보다 2.66포인트(0.13%) 내린 2,003.35로 장을 마쳤다. 이날 외국인이 2,210억원, 개인이 1,642억원어치를 내다팔며 장중 낙폭을 키웠지만 기관이 3,912억원어치를 쓸어 담으며 지수의 추가하락을 막았다.
기관을 대표한 것은 국가ㆍ지자체로 기관이 사들인 3,912억원 가운데 2,487억원이 국가ㆍ지자체에서 나왔다. 국가ㆍ지자체는 우정사업본부, 정부기관, 정부산하 공기업 등의 투자가들로 이 가운데 우정사업본부의 물량거래가 가장 많다. 국가ㆍ지자체가 2,000억원 이상 사들인 것은 지난해 10월29일(2,225억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국가ㆍ지자체가 사들인 물량 2,487억원 가운데 1,900여억원이 프로그램매매였으며 이가운데 선물과 무관하게 코스피200 구성종목을 바스켓으로 구입하는 비차익거래가 1,380억원으로 압도적이었다.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팔고 사는 차익거래물량은 약 430억원이었다.
전문가들은 국가ㆍ지자체가 이날 코스피 급락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판단했다. 비차익거래는 기계적으로 매매가 이뤄지는 차익거래와 달리 투자가의 판단으로 매매를 할 수 있다.
횡보국면을 보이는 국내 증시와 달리 여전히 글로벌 증시와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코스피지수도 따라 오를 것에 대비해 매수확대에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 팀장은 “프로그램매매 확대 이유는 현시점에서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비차익거래가 많은 걸로 봐서 바스켓주문을 통해 일부 종목들의 매수를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200선물 6월물이 여전히 고평가돼 있어 프로그램매매에서 차익거래가 쏟아졌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3월물과 6월물의 스프레드가 이론치인 1.65포인트 보다 높은 1.95포인트 정도를 보이고 있다”며 “선물 고평가에 대한 차익에 따라 프로그램매수가 들어올 수도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권준하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현재 스프레드가 고평가된 시점이라 프로그램매매에서 차익물량이 들어온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증시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증시도 14일 올해 첫 ‘네 마녀의 날(선물ㆍ옵션동시만기일)’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고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북한리스크, 선물ㆍ옵션동시만기일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는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엔화가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원ㆍ달러환율도 1,100원대에 근접하고 있어 국내 증시는 긍정적인 시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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