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돌풍 맞은 한국 게임사들 '멘붕'
외국산 돌풍에 국내 게임사 '멘붕''리그오브레전드' PC방 점유율 31주째 1위국산 대작 '아이온' 등은 5위권으로 밀려나"이대로 가다간 시장 뿌리째 흔들린다" 우려
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미국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가 국내 시장에서 연일 돌풍을 일으키면서 국내 게임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시장조사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미국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리그오브레전드의 국내 PC방 점유율은 최근 31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 일부 국산 신작 게임 출시로 인해 점유율이 소폭 하락한 적이 있지만 이달 들어서만 3주 연속 3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을 평정했다는 평가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선전에 국산 온라인 게임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백억원을 들여 만든야심작들이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2일 엑스엘게임즈가 선보인 대작 온라인 게임 '아키에이지'는 5위권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고, 같은 달 10일 공개 서비스를 돌입한 엠게임의 '열혈강호2'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과 '아이온' 등도 톱5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국산 온라인 게임의 점유율을 다 합쳐도 리그오브레전드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2006년 설립 이후 2009년 10월에 첫 작품인 리그오브레전드를 미국 시장에 내놨다. 출시되자마자 게임 마니아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단번에 글로벌 게임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2011년 12월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온라인 게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블레이드앤소울, 디아블로3 등 일부 대작 게임의 출시 직후 잠깐 선두를 빼앗겼을 뿐 줄곧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일 게임에 접속하는 이용자는 1,200만명에 달하고 최고 동시 접속자수는 300만을 넘어섰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인기 비결로는 기본적으로 무료 서비스인 데다 돈을 쓰지 않고도 재미 있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기존 온라인 게임이 정기적으로 대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해 게임에 재미를 불어넣는 반면 이 게임은 게임 내 캐릭터인 '챔피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일부 챔피언과 스킨(맞춤형 의상)은 유료로 판매하지만 굳이 돈을 쓰지 않고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해 기존 온라인 게임과 차별화를 꾀했다.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유료 아이템은 철저히 배제하고 개성을 살리는 아이템만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확보한 것이다. 출시 초기 88종였던 챔피언은 최근에 110종으로 늘었다.
무료 서비스를 앞세운 리그오브레전드가 흥행을 이어가면서 국내 게임 업체의 서비스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국산 온라인 게임의 대표적인 수익 모델이었던 월정액요금제도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NHN 한게임은 올해 초 온라인 게임 '테라'의 이용요금을 기존 월 1만9,800원에서 무료로 전격 전환했고 CJ E&M 넷마블도 작년 11월 미국 온라인 게임 '리프트'를 국내 출시 6개월 만에 무료로 바꿨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과 블레이드앤소울에 특정 캐릭터 레벨까지 무료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월정액요금제 대신 게임에 무료로 접속한 뒤 아이템을 유료로 구입하는 부분유료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게임에 접속하는 국내 이용자들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다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가 글로벌 게임시장의 바로미터로 부상한 한국 이용자들을 의식해 특화된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어서다. 라이엇게임즈는 이미 국내 서비스 시작과 함께 전래동화 구미호를 소재로 한 한국형 챔피언 '아리'를 선보였고 지난해 12월에는 하회탈을 적용한 '신바람 탈 샤코' 스킨까지 출시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외국 게임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인기 온라인 게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게임 업계가 잇따라 신작 게임 출시와 다양한 이벤트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정부의 잇따른 규제와 게임시장 침체에 이어 외산 게임에 주도권까지 내주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