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동건(가명)씨는 최근 수입과자 전문점을 열었다. 퇴직 후 세 번째 가게다. 앞선 두 번의 창업은 모두 실패했다. 그 사이 은행 빚만 점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이미 한도를 채웠고 이번에는 신용대출에까지 손을 댔다. 다시 한번 가게를 접게 되면 신용불량자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부채의 질이 급속히 악화하며 '악성 가계부채'가 늘고 있다.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의 상당 부분은 생활자금·사업자금 등으로 쓰이고 상호금융권에서는 임야나 나대지 등 담보가치가 떨어지는 비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있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가계대출은 27조7,000억원이나 급증해 최근 5년래 최고치를 넘어섰다. 지난달 새로 발생한 주담대도 5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이 중 23%는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 용도다.
생활비가 부족해 빌리는 생계자금 용도도 2011년 4.9%에서 2013년 10.8%까지 두 배 이상 올랐다.
정부의 대출규제(LTV·DTI) 완화로 안전자산인 주담대를 시중은행에 빼앗긴 2금융권은 부실위험이 큰 비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로 자산 공백을 메우고 있다. 실제 신협의 주담대는 부동산 규제완화 직후 10분의1 수준으로 줄었으나 여신잔액 규모는 8월 36조4,823억원에서 9월 36억8,105억원, 10월 37조 688억원으로 도리어 증가했다. 임야나 나대지 등 담보 여력이 좋지 않은 비주택담보대출 등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체율에서는 벌써 이상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65%로 한달 전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부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담대 연체율 역시 0.04%포인트 오른 0.54%를 기록했다.
내년 상반기 이후 금리인상 및 부동산시장 침체 가능성은 가계부채의 질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는 잠재변수다.
주인종 신한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지금은 금리가 낮아 버티지만 금리가 오르면 어려워질 수 있는 가계가 많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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