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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서비스로 포장된 빚… 20%대 고금리 폭탄에 소액 채무자 양산

■ 신용카드 리볼빙 서비스의 덫<br>저신용자 이용 비중 높아 연체율 금융위기후 최고… 가계대출 뇌관될 수도<br>e메일 등으로 가입 권유… 불완전 판매 많아 소비자 민원도 빗발



#명예퇴직 후 수유리 집 근처에서 자영업을 시작한 이원호(가명)씨. 생전 처음 자기사업을 시작한 이씨는 월마다 돌아오는 원자재 비용을 맞추느라 빠듯한 나날을 보냈다. 1금융권에서 이미 최대한도로 자영업대출을 받아 쓰고 있는 이씨. 여유자금이 소진된 그는 결국 카드대금 연체위기에 처하게 됐고 500만원가량을 리볼빙 방식으로 결제했다. 이씨는 현재 매달 사업자금 대출이자 150만원 외에 9만원가량(연이율 22%)의 리볼빙 이자도 물고 있다.

#3년차 직장인 양지환(가명)씨. 그는 최근 카드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카드 사용액이 많은데도 신용등급이 우수하다고 양씨를 치켜세운 텔레마케터(TM)는 그에게 '이지플랜(가명)' 서비스를 이용해볼 것을 권했다. 다달이 부담해야 하는 결제금액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양씨는 결국 서비스 이용을 신청했고 1년 후 서비스 이용대가(이자비용)로만 240만원을 지불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카드사에 전화해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서비스 이용에 동의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카드사의 리볼빙 서비스가 서민살이를 옥죄는 신종 '덫'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볼빙은 카드이용금액의 일정 비율만 결제하고 잔여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부담하며 상환을 연장하는 서비스를 말하는데 교묘한 서비스 이름이 소비자 혼란을 일으키는데다 이자율이 높아 금융부담을 높이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저신용등급자 이용 비중이 높은 리볼빙 서비스의 연체이자율이 상승하면서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볼빙 연체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리볼빙은 크게 두 가지 모습의 올가미로 서민 삶을 위협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꼽히는 게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다. 리볼빙은 서비스 특성상 주된 사용계층이 저신용등급자나 다중채무자로 한정된다. 사실상 소액채무를 양산하고 있음에도 리볼빙은 상환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 한해서만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용금리는 연 5.9~28.8%에 형성돼 있다지만 주된 사용계층의 신용등급을 감안하면 실제 이용금리는 20%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리볼빙은 결제를 뒤로 미룸으로써 잠재 연체자가 연체를 피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는 역으로 카드 연체율 착시효과로 이어진다. 카드 연체율 증가를 피하는 효과는 발휘할지언정 리볼빙 잔액 연체율은 되레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렇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1ㆍ4분기 말 현재 리볼빙 잔액 연체율은 3.54%로 지난해 말에 비해 0.2%포인트 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연체율은 2010년 말을 기점으로 저점을 찍었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도드라지면서 덩달아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리볼빙과 관련한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 따른 것이다.

카드사들은 높아지는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해 리볼빙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카드의 경우 리볼빙 서비스 신규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올 1ㆍ4분기 말 현재 리볼빙 이용잔액(6조원)이 지난해 말에 비해 1,000억원가량 줄었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은 상승국면에 놓여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리볼빙 이용잔액이 줄어든 것은 휴면카드 정리에 따른 일시적 효과로 절대금액은 여전히 높다"며 "특히 리볼빙 서비스에는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아 연체율 현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볼빙 소비자 민원 급증=리볼빙의 또 다른 덫은 소비자 불만을 고조시킨다는 점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년 한해 금융소비자보호처에 접수된 민원 중 리볼빙 서비스와 관련된 건수는 총 200여건으로 2010년의 100여건에 비해 100%가량 늘었다.

소비자 민원이 크게 늘어난 것은 리볼빙 서비스가 '불완전판매' 형태로 이뤄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TM이나 e메일을 통해 회원에게 리볼빙 서비스 가입을 권유한다. 그리고 고객은 리볼빙에 대한 완전한 이해나 고금리 리스크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고객 동의하에 이뤄지는 서비스인데도 민원이 끊이지 않는 것은 리볼빙 서비스가 교묘한 형태로 분식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서비스 이름이다. 모든 카드사들은 리볼빙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름은 제각각이다.

신한ㆍ우리ㆍ씨티ㆍ하나SK카드 등은 리볼빙이라는 이름을 쓰는 반면 현대ㆍ삼성ㆍ롯데카드는 '자유결제 서비스', KB국민카드는 '페이플랜', SC카드는 '이지페이', 농협은 '회전결제'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리볼빙이 결국에는 빚의 연장임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은 일종의 서비스로 설명하며 불완전판매 소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리볼빙은 실질적인 대출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약관과 수수료를 꼼꼼히 따지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는 카드사가 고객의 동의사실을 녹취하는 등 면피의 근거를 가지고 있어 소비자를 구제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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