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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우정과 화합의 이웃사촌

구랍 31일 KBS방송국은 「99 한·중·일 우정의 콘서트」를 내보냈다. 이 콘서트는 자정을 넘어 기묘년 새해 원단까지 이어졌다. 중국의 CCTV, 일본의 NHK도 공동으로 참여, 3국에서 동시에 생방송으로 방영됐다. 이날 콘서트는 세나라 여자 아나운서가 한자리에서 공동사회를 본 것도 이색적이었지만 그 내용이 방청객이나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특히 3국의 음악인·무용가들이 나와 각국의 전통예술을 선보이고 요즘 유행하는 대중음악을 같이 부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중·일 3국의「우정과 화합」그 자체였다. 전통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문화적인 동질성을 느끼기에 충분할 만큼 절묘했다. 그런데다 일본인 혼열 여가수 「사와도모에」의 열창은 한일간 미묘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갈등을 노래한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녀는「아빠는 일본사람, 엄마는 한국사람. 나는 누구냐. 나는 나다」라는 내용의 「WHO AM I?」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이 노래는 일본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방황하는 자신의 처지를 경쾌한 재즈풍으로 만든 것. 그녀는 한일간의 불행했던 관계 속에서 더이상 자신과 같은 희생양이 나오지 말아야 하며 결국 양국이 우호 선린의 관계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호소, 청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이날 콘서트는 새삼 이웃사촌을 생각케 하는 무대였다. 아침은 동경에서, 점심은 서울에서, 그리고 저녁은 북경에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한·중·일 3국은 지리적으로는 가까운 이웃이다. 그러나 세나라 모두 제각기 좋지않은 과거사 때문에 정신적으로 상당한 거리감이 있어 왔다. 겉으로는 언뜻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도 속으로는 모두가 제각각인 것이 바로 3국 관계였다. 그러나 이제 대망의 21세기를 앞둔 마지막 해인 1999년을 맞았다. 과거 1천년의 매듭을 짓고 새로운 1천년을 설계해야 할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지난 한해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는 그야말로 미국의 거미줄망과 같은 덫에 걸려 모두가 휘청거리는 엄청난 곤혹을 치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처방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아시아 각국은 IMF에 대응할 아무런 힘도 없는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팍스아메리카나」가 지구촌 해결사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고 유럽의 11개국이 「유로貨」를 출범시켜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더이상 이웃사촌끼리 반목과 갈등의 관계가 지속돼서는 안된다. 어떻게든 불행했던 과거 역사는 매듭을 짓고 화합과 발전의 관계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 「팍스아메리카」나 「유로화」에 대응할 수 있다. 동경과 서울, 북경을 잇는 강력한 파워집단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새해를 맞으면서 새삼 정감있는 이웃사촌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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