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자회사가 총수일가에 200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몰아주면 검찰에 고발된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차단하려는 조치로 총수와 그 일가는 물론 위법행위에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회사 임직원도 검찰 고발 등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 위반행위의 고발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오는 2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 2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대한 처벌규정을 포함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고발기준이 없다는 지적 등에 따라 이번에 세부 기준을 계량화해 지침에 담았다.
개정 고발지침에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고발기준이 담겼다.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총수일가 또는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경우 법 위반 점수가 2.5점 이상이면 고발한다는 내용이다. 법 위반 점수는 △부당성의 정도 △위반액 △총수일가의 지분보유 비율 정도를 계량해 산출된다. 부당성 정도와 위반액 비중을 절반씩 둬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즉 특수관계인이 거래 상대방 회사에 대한 지분 보유율이 80% 이상일 경우(거래 상대방이 특수관계인인 경우 포함) 3점(1.5점 적용)을, 부당성의 정도가 보통이면 2점(1점 적용)을 받아 총 2.5점으로 고발 대상이 되는 방식이다. 적용 대상은 2013년 기준으로 208개 대기업집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영수 공정위 심판총괄담당관은 "대기업집단의 부당지원 행위 고발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객관적이고 합리적 고발권 행사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총수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억지력도 제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공정위의 법 적용이 과잉규제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대한 처벌을 형법상 배임이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공정거래법을 근거로 하는 국가는 한국뿐"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투자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과잉규제임이 분명하다"며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공정위가 위법성을 판단하는 데 이른바 돈 가진 이들의 거래를 막으면 투자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 등에 대한 고발기준을 신설했다. 위반 사업자의 직전 사업연도 소매 업종 매출액이 5,000억원 이상이거나 위반행위 대상이 되는 납품업자 수가 50개 이상일 경우 위반점수 0.9점씩을 받고 현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1.2점을 받는다. 이 같은 방식으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 내용과 정도에 따라 법 위반 점수가 2.5점 이상이면 검찰에 고발된다.
공정위는 아울러 분쟁조정 신청이나 신고 또는 공정위의 조사에 대한 협조를 이유로 거래 상대방 등에게 불이익을 주는 보복행위를 할 경우 그 행위가 악의적인 점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이밖에 법 위반행위에 실질적 책임이 있거나 물리력을 행사해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경우 등에 해당하는 개인도 고발되고 부당지원 행위는 산정된 법 위반 점수가 2.5점 이상일 경우에도 고발이 가능해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