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제기된 52개 과제 중 '재창업기업 대표자 신용정보조회 한시적 면제' 등 4건에 대해서는 수용 곤란으로 가닥을 잡았다. 건의안을 원안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조건부 불가라지만 규제완화 추진 목록에서는 사실상 이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모든 과제를 원점에서 검토하고 부처 간 협의를 거쳤지만 수용 불가 과제는 규제를 완화했을 때 얻을 편익보다 이런저런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부 과제는 정부 규제라기보다 '민원' 성격이 강했다는 게 기재부의 시각이다. 이런 식으로 문제성 민원을 수용하는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터무니없는 민원 쇄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먼저 "재창업기업 대표자에 대해 신용정보조회를 한시적으로 면제해달라(유정무 IRT코리아 대표)"는 건의와 관련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출 연체정보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기본 정보이므로 이를 감춰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재기 기업인에 대해서만 특혜를 줄 경우 비슷한 처지의 중소기업인이나 생계곤란 서민들로부터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만 과거 연체기록이 재기 기업인의 '족쇄'로 작용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신용회복 절차를 간소화하고 재창업 자금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제성이 없는 인천내항 재개발을 중지해달라(심충식 선광 부회장)는 건의 또한 수용 불가로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인천내항 1·8부두를 재개발해 공원 등 관광시설을 짓는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내항의 소음과 분진이 심각해 7만2,000명의 주민이 재개발을 청원해온 사업을 뒤집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 건은 정부 규제가 아닌 개별 기업의 민원에 가깝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 부두의 물동량을 해소하기 위해 인천신항을 오는 2020년까지 완공할 방침이다.
연기금의 자산운용 수수료를 높여달라(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건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성택 대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운용사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외국 기관투자가의 30%에 불과해 해외에서 일감을 따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수수료를 높일 경우 국민들이 조성한 연기금이 민간기업의 이익으로 흘러들어가게 돼 더 큰 논란이 발생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유한회사에 대한 감사·공시의무를 강화하지 말아달라(안충영 KOTRA 외투 옴부즈만)는 건의와 관련해서도 유한회사의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용이 어렵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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