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기술의 결합이라는 '핀테크(Fintech)'가 회자되고 있다. 이전부터 금융은 기술을 채용해 모바일에서 자금을 이체하고 주식거래를 하고 있다. 속도가 중요한 투자 시장은 기술이 나오면 가장 빨리 채택한다. 작금에 대두되는 핀테크는 금융에서 기술을 채용한 것이 아니라 '기술이 금융을 침범'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차원이다. 그래서 핀테크라기보다는 '테크핀(Techfin)'이라고 하는 것이 본질에 더 가깝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2014년 2월)는 은행의 새로운 경쟁자가 스타벅스·구글·알리바바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의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운영하는 '위뱅크(WeBank)'가 올 1월 설립됐고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도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았다. 이들은 다음 네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이미 대규모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웨이신을 운영하는 텐센트는 온라인 고객을 가지고 있고 알리바바 역시 전자상거래 업체로 고객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둘째, 고객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자체 신용평가를 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대출신청이 들어오면 고객 데이터베이스의 거래들을 토대로 신용평가를 해 알리페이에 입금한다.
셋째, 예금과 유사한 돈을 유치할 수 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온라인·웹사이트·모바일을 통해 예금과 유사한 자금을 모은다. 알리바바는 2013년 6월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를 출시해 불과 1년 만에 100조원을 모았다.
넷째, 인력과 지점망을 많이 유지할 필요가 없으므로 고정 비용이 적고 한계 비용도 낮다. 금융기관도 인터넷뱅킹을 할 수 있지만 자신의 기존 영역을 스스로 침해하는 것을 견딜 수 있을지가 문제다.
기술이 금융 영역을 침범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로 규모가 커질지, 또 금융 시장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지금으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금융기관이 어떻게 대응해갈지도 변수이다. 금융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고 자산관리 영역까지 다양하게 확대될 수도 있으며 소액대출과 같은 한 영역을 차지할 수도 있다.
국가별로도 규제 환경과 금융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기로 이름나 있고 소액결제에서도 이미 신용카드를 쓰고 있다.
이번 기술금융은 금융이 기술을 채용한 것이 아니고 기술이 금융 영역에 들어오는 것이다. 이전과 다른 이종교배로 혁신과 진화의 씨앗은 심어진 듯하다. 진화는 그 결말을 알지는 못하지만 생태계를 크게 변화시키기도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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