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등 3사의 고객정보 유출은 카드사 전체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업계 전반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정보 유출을 피해 간 한 카드사의 고위 관계자는 "1~2월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나 떨어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모든 카드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와중에도 일부 카드사는 정보 유출 3사의 영업정지 이후 신용카드 이용 실적이 급상승하고 체크카드 점유율이 상승하는 등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카드업계는 이런 변화가 단초가 돼 앞으로 한 달 반여 더 남은 영업정지가 카드 시장의 판세를 뒤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3월 한 달 동안 신용카드 이용 실적이 불어 정보 유출 파장으로 감소했던 1~2월 실적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우리카드는 3월 말 기준 신용판매 이용 실적이 3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7,000억원) 대비 22.2% 증가했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3월 말 은행으로부터 분사하며 성장 모멘텀을 마련한 우리카드가 정보 유출 사태로 실적이 '덤'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카드는 신용판매(일시불·할부)와 카드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로 구성되는 신용카드 이용 실적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말 기준 6.14%로 카드업계 막내에 속한다.
하지만 3월 반등세에 힘입어 상반기 중으로 롯데카드를 바짝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말 시장 점유율은 9% 초반 수준. 롯데카드는 계열사 롯데백화점·마트 지원에 힘입어 매년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렸지만 이번 신규 카드 발급 중단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의 체크카드 점유율 상승도 주목된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카드정보 유출 사건 이후로 3개월간 체크카드 점유율이 지난해 말 대비 1%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체크카드 점유율은 17.4%로 국민카드(22.02%)와 4.62%포인트가량 차이가 났는데 이 간극을 좁히고 있는 것. 현재까지 체크카드 점유율만 따졌을 때 농협카드, 국민카드 다음으로 신한카드가 높다.
2위권 싸움에서 삼성카드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삼성·현대·KB국민카드 등 카드업계 2등 싸움에서 삼성·현대카드의 개인 신용판매(카드대출 제외) 시장 점유율은 상당 폭 상승해 국민카드와의 차이를 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삼성카드는 숫자카드 발급 호조, 계열사 관계영업(삼성전자 및 삼성화재 제휴 카드, 삼성생명 복합점포) 확대 등으로 업계 평균보다 높은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1~2월 개인 신용판매 부문의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성장률은 5%대로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카드업계 개인 신용판매 성장률이 1월, 2월 각각 2.6%, -0.7%에 불과했음을 감안할 때 높은 상승률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보 유출로 움츠러들었던 카드업계가 지난달 들어 마케팅·홍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정보 유출 3사를 제외한 경쟁사들의 신용카드 혹은 체크카드 실적 증가가 5월 중순까지 이어지면 카드업계 판세 변화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