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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물가방어를 위해 가격통제에까지 들어갔지만 정작 인플레이션의 상황은 전형적인 악순환의 모형으로 바뀌고 있다. 인플레이션 흐름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비용인플레이션이 물가를 자극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공급요인과 함께 물가를 끌어올리더니 올해는 공급요인과 맞물린 수요요인이 물가를 더 자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공급과 수요가 톱니바퀴처럼 인플레이션의 상승 곡선을 견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의 곡선이 굳어져 장기 추세화한 이른바 '기조적 인플레이션' 선상에 이미 올라갔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전방위 물가안정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변한 인플레이션 곡선을 잡기에는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시장경제의 원칙을 허물면서 가격통제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곡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공급요인이 지난해 물가 올렸다지만=한은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4.0%의 상당 부분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요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수요요인은 10%에 불과했지만 공급요인이 90%가 돼 이를 차단하면서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201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월별로 6차례에 걸쳐 물가목표 변동 허용폭을 이탈했고 연중으로는 4.0%를 나타내 물가목표 중심치 3%를 1%포인트를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올해는 공급요인보다는 수요요인, 즉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물가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기조적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럴 경우 물가상승을 억제할 여력이 줄어든다.
그래서 한은이 올해 가장 중점을 두는 게 바로 수요요인의 억제다. 계획대로 수요요인을 컨트롤하면 예측하는 물가 상승률 3.3%는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공급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은 1.3%포인트, 수요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은 2.0%포인트로 예측하고 있는데 수요요인을 컨트롤하는 정책을 많이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은은 올해 기준금리ㆍ지급준비금제도ㆍ공개시장조작정책 등 적극적인 통화신용정책을 펼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통한 정책에 실패한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책적 오류를 바로잡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더욱 비등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인위적 시장개입에 대해 한은 역시 할 말이 없다는 뜻이다.
◇기대인플레이션 잡는 게 관건=인플레이션 지속성 및 수요요인의 기여도는 지난해 1.7%포인트에서 올해는 2.0%포인트로 확대될 것으로 한은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수요요인과 관련해서는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및 금융‧외환시장에서의 불확실성 확대로 우리 경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완만한 경기둔화 조짐을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유로 지역 상황이 개선되면서 장기추세 수준의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의 고착화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다소 둔화되겠지만 근원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기조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의 경우 한은은 2001년과 2008년 때는 물가급등의 영향으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1년 이상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의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제품가격 및 임금인상으로 전가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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