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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어디로 가나] 4. 꿈틀대는 부동산

최고 100대1까지 치솟은 수도권아파트의 청약열기, 전세가 폭등과 매물부족, 서울 강남지역과 신도시 아파트의 매매가 급등현상이 일기 시작했다.아파트 시장은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는 다음달부터 오름세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곤두박질했던 시세가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속칭 「분풀이」가 막을 올렸다고 진단한다. 서울과 수도권의 토지나 빌딩시장이 움직이면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며 아파트를 뺀 다른 부동산상품으로의 자금유입은 시기상조」라고 평가절하하던 올 초와는 사뭇 다른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실제 거래를 주선하는 부동산업자들과 건설업계 실무자들도 시중자금의 부동산시장 유입은 이미 시작됐으며 그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고 전한다. 그동안 부동산시장이 연일 폭등하는 증권시장의 빛에 가려 있었을 뿐이라는 얘기다. 주가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지금, 규모와 속도에는 이견이 있지만 부동산으로의 자금유입은 충분히 예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남의 「큰 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서울 강남의 K컨설팅은 200여명의 투자가들이 부동산투자를 의뢰해놓고 있다. 이들의 투자자금은 1,000여억원. 이 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90% 이상이 주식과 부동산투자를 병행하는 사람들』이라며 『최근 부동산투자의 비율을 높이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부동산에 투자해서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주식투자에 불안을 느끼는 투자자들을 부동산투자로 이끌고 있다고 풀이했다. 부동산으로의 자금유입은 입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십억원의 자금을 보유한 투자자와 5,000만원 이하의 자금을 갖고 있는 개미군단까지 다양한 투자자들이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투자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부동산 투자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다. 그는 중계동의 20평짜리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6,400만원에 샀다. 전세값이 5,500만원이어서 그가 들인 돈은 900만원. 전세가 폭등이 김씨에게 채 1,000만원이 안되는 적은 돈으로도 투자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상계동 한진공인중개사무소 이병희사장은 『세금혜택이 주어지는 임대주택사업의 범위가 내년부터 5가구 이상에서 2가구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소형아파트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가 폭등이 주택가격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대체적인 시각은 상승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단지에서 50평형 이상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대치동 쌍용·선경아파트도 매물이 2~3건에 그치고 있다. 전세값 폭등과 매물부족은 수요자들의 마음을 성급하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폭등은 없더라도 아파트값이 완만한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함께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오른 뒤 조정세에 접어들자 지금 상황에서는 주식보다는 아파트가 안전하다는 분위기가 투자자금의 주택시장 유입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부동산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의 또다른 특징은 장기 및 대형자금이다. 대형 자금이 필요한 빌딩과 장기투자가 요구되는 토지와 임야, 재건축아파트 등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모씨는 최근 주식투자를 그만두고 빌딩매입에 나섰다. 2년전 50억원을 증시에 투자한 그는 줄곧 손해만 보다 올들어 원금을 만회했다. 그러나 대우사태가 터지며 다시 손해를 보게 되자 보유주식을 모두 팔고 부동산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가 빌딩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보다 안전한 투자처를 찾기 위해서다. 빌딩의 공실률과 임대료가 IMF체제 이전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것도 증시에서 부동산으로 자금을 옮긴 까닭이었다. 경매전문업체인 영선코리아의 김기수사장은 『경매의뢰인의 절반이 토지와 임야, 재건축아파트 수요자들』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5년 이상 돈이 묶이는 토지 등에 수요자가 몰리는 것은 투자자들이 부동산시장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그는 전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중자금의 부동산시장 유입규모가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아직 주식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 수익성이 보장될만한 부동산매물이 적다는 얘기다. 이은우기자LIBR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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