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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식 경제처방/정경부 온종훈 기자(기자의 눈)
입력1997-09-03 00:00:00
수정
1997.09.03 00:00:00
온종훈 기자
『당은 기아사태에 대해 신속,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정책 비전을 제시하겠다.』 『조만간 경제현안에 대한 해법을 내놓을 예정이다.』 『경제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증시 안정책도 마련하라.』신한국당 이회창대표가 취임 이후 각종 회의에서 경제문제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당에 지시한 내용들이다. 기아 등 대기업의 연쇄도산 사태에다 금융, 외환위기로 우리 경제가 거의 빈사상태에 이르면서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당연한 관심이다.
이대표와 당의 정책팀들도 현 경제난을 단순한 구조조정 차원이라며 방관할 것이 아니라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단기처방도 불사해야 할 정도로 급박하다는데 상황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대표의 경제문제 접근이 구호성 선언을 넘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7월21일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취임한 후 한달 보름이 다 되도록 경제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데도 기아사태, 금융위기 등 현안에 대해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아자동차 공장 방문에서는 기아 경영진과 채권은행단간의 어떠한 합의도 도출해내지 못해 모양새만 우습게 됐으며 예산문제에 있어서도 명확한 증액논리를 제시하지 못하고 긴축을 주장하는 정부와 대국민 약속이행이라는 당 입장 사이에서 갈등 양상만 연출했다.
결국 이대표는 「잘 해결해보라」는 지시만 하고 있고 이 지시는 당의 정책 계통이나 측근들 사이에서 실종돼버린 꼴이다.
이 때문에 당내 일부에서는 이대표가 현 경제난에 진지하게 접근하기보다 일종의 「선거용 플레이」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즉 진지한 정책제시보다 아들의 병역시비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돌리기 위해 「경제대통령」 이미지 만들기 일환으로 경제문제를 수박 겉핥기로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대표가 설마 그렇게까지 생각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이대표의 정책브레인들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이대표 진영의 「미필적 고의」라고 볼 수도 있다.
자칫 국론이 분열되기 쉬운 선거정국에 낮은 지지율 만회를 위해 성급한 마음에 유권자 기대만 부풀려놓고 「판도라의 상자」만 양산하는 정책적 악수를 연발할까 우려가 앞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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