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대형유통망에 중소기업 전용 매장을 내겠다는 유통센터의 사업계획은 이미 연초 업무보고를 통해 박 이사장에게도 전달된 사항이다. 특히 해당 매장에 입점되는 제품을 기존 '행복한 세상' 백화점 내 '히트500플라자'와 마찬가지로 중진공이 직접 선별하는 만큼 유통센터만이 아닌 중진공과의 공동사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만큼 해당 사업의 전개에 있어서 철저한 사전협의를 기본으로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함에도 박 이사장은 단순한 실적 올리기에만 집착해 유통센터의 '무리수'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중소기업 현장을 잘 모르는 '중기 비전문가'인 박 이사장의 리더십이 한계를 보인 것이라고 풀이한다. 박 이사장은 80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 정책조정과장, 감사담당관,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중소기업 현장을 모를 뿐만 아니라 최근 중진공의 조직 장악 능력에서도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는 이미 지난 4월 본지가 보도한 청년창업사관학교 부실 운영과 관련, 박 이사장의 안이한 대응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국민 혈세로 조성된 지원금을 받고도 사업 흉내만 내는 '먹튀 졸업생'들이 줄을 잇고 있었지만 중진공은 당시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채 박 이사장의 지시로 허위 내용으로 일관한 해명자료를 내는 뻔뻔함과 무능함을 보였다. 단순히 '창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여기에 편승한 전시행정에만 집중한 것으로, 이는 유통센터 사업 진행 과정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중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화두에 오르니 이에 맞는 결과를 내기 위해 현실성 낮은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며 "취지는 좋아도 이런 무리한 정책으로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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