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쇼크가 3일째 이어진 가운데 투기세력이 대거 가세하며 원·달러 환율이 전형적인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당국이 실물 및 구두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원 20전 급락한 달러당 1,175원 60전에 출발했다. 간밤 미국 달러화 강세가 누그러졌고 원·달러 환율의 그동안 급등세가 과도하다는 인식도 한몫 했다. 이후 환율은 지속적으로 수위를 낮추더니 1,170원 선까지 하락했다. 익명의 외환시장 관계자는 “1,170원이 깨지면 전 거래일 종가(약 1,190원)에서 20원이나 하락하게 돼 당국이 선을 지키기 위해 개입을 단행하지 않겠냐”며 당국의 움직임을 은근히 기대했다.
하지만 오전 10시 15분 중국의 위안화 고시 환율이 나오며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단 3분 만에 환율은 10원 급등한 1,180원까지 수직상승 했다. 직후에는 다시 10원 급락하더니 1,170원대에서 거래됐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삽시간에 환율이 10원씩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단숨에 차익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역외에서 외환 투기세력이 대거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30분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브리핑에서 “환율 변동속도가 과도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서자 일시적으로 하락한 환율은 오후 장에서도 등락을 거듭하며 결국 전 거래일보다 16원 80전이나 급락한 달러당 1,174원에 장을 마쳤다. 일간 변동 폭은 지난 2013년 1월 28일(19원)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였다.
이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이 너무 커서 당국이 섣불리 실물 개입을 했다가는 대거 손실을 볼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입했다가 다시 밀리면 외환보유액만 잃고 그대로 두자니 환율 변동성이 너무 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위안화 절하가 처음 단행된 11일 일중 원·달러 환율 변동폭(해당일 고점 -저점)는 24원 80전이었으며 12일에는 16원 20전, 13일은 13원 60전이다. 이 연구원은 “13일 조정을 거쳐 환율이 1,170원대로 낮아졌지만 9월이나 10월 미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1,200원을 돌파할 것”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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