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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종람 포항공대 교수

극평탄 금속기판 제조기술 개발… 상용화 걸림돌 표면전류 누설 문제 해결

별도 공정없이 기판 분리방식 적용

낮은 비용으로 대량생산 가능해져

휘는 디스플레이 등 활용분야 넓어

이종람(오른쪽)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연구실에서 연구팀과 함께 극평탄 금속기판 제조기술과 관련된 차트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극평탄 금속기판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판, LED 본딩 기판, 태양전지 기판 등 표면이 매끈해야만 하는 기판 소재에 응용될 수 있습니다. 이번 극평탄 금속기판 제조기술 개발로 앞으로 금속기판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2월 수상자로 선정된 이종람(55)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으로의 기술이전과 해당 기업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최고 수준의 극평탄 플렉시블 금속기판을 제품화할 것"이라며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국내 기업들은 2018년 5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플렉시블 기판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했다.

손목에 감을 수 있는 휴대폰과 둘둘 말았다가 펼쳐 보는 전자신문, 얇은 필름 모니터를 장착한 초경량 노트북 등은 반드시 기판을 필요로 한다. 기판이 갖춰야 할 첫 번째 조건은 표면이 평탄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면이 거친 기판 위에 전자소자를 집적하면 누설전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기판재료로 유리가 많이 사용됐다. 문제는 유리가 평탄하기는 하지만 잘 휘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플라스틱 역시 평탄한 기판을 만드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수분에 취약하고 고온에서 물성이 변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이 관심을 기울인 기판 소재는 다름 아닌 금속이었다. 금속은 아주 얇게 만들 경우 휘어질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 이 교수는 "얇게 만든 금속기판은 유연하면서도 수분에 취약한 플라스틱이나 충격에 약한 얇은 유리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어 플렉시블 기판 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며 "하지만 금속기판을 얇게 만드는 과정에서 금속표면이 거칠어져 전류가 누설되는 현상은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돼왔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의 핵심 포인트는 압연과정에서 거칠어질 수밖에 없는 금속기판의 표면을 평탄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표면거칠기를 10nm 이하로 만드는 것이 연구의 관건이었다"며 "기존에는 주로 폴리싱(polishing) 방법을 이용했지만 기판을 이 방법으로 평탄화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끈한 모(母) 기판 위에 금속기판을 올려 붙인 뒤 원자결합력을 조절해 모 기판과 금속기판을 분리해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렇게 했더니 모 기판의 매끈한 표면이 금속기판에 그대로 전사됐다. 수치상으로는 100nm였던 표면거칠기가 1nm 이하로 낮아졌다. 이 교수는 "별도의 평탄화 공정 없이 전자소자용 금속기판을 롤투롤(Roll-to-Roll) 공정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개발은 곧 평탄하고도 열적 안정성을 가진 금속기판의 대량 생산기술 개발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현재 핵심원천 기술 측면에서 일본·미국 등에 뒤지고 있는 우리나라와 이들 나라의 기술격차를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제품양산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핵심원천 기술은 미국이나 일본 등이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이 기술은 차세대 광전자소자 개발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수년 전 OLED 소자 시제품을 시연하면서도 어려움에 직면했다. 가로, 세로 5㎜가량의 OLED 소자를 만들었는데 크기가 작아 심사위원들이 디스플레이 적용 가능성을 낮게 봤던 것이다.

연구과제 수행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장비나 설비가 충분하지 않은 학교에서 시제품을 만들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그때마다 '그래 한 번 끝까지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연구팀원들과 힘을 모아 3.5인치 패널 개발에 돌입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제품을 만들어냈고 그 제품은 그해 평가에서 최우수라는 결과를 받았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도 그 과정 중에 얻은 결과가 실마리가 된 것이었다.

"'안 된다'고 생각하면 그 일은 절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된다'고 생각하면 그 일은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1%의 성공 가능성이라도 있을 때 우리는 도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패배감으로 가득 찬 사람은 99% 성공 가능성이 있어도 1%의 실패 여지 때문에 실패하기도 합니다. 제가 자주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등 정상급 국제저널에 285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344편의 특허를 등록하는 등 활발한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논문 인용횟수는 4,000여회에 이른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과학기술인의 사기 진작, 국민들의 과학기술 마인드 확산 등을 위해 지난 1997년 4월부터 매월 1명씩 선정해 장관상과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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