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기 어디쯤 서있나/팽동준 한국은행 조사제2부장(시론)
입력1997-07-03 00:00:00
수정
1997.07.03 00:00:00
팽동준 기자
최근 수출이 다소 회복되고 제조업 생산증가율도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임에 따라 경기가 이미 저점을 지나 회복국면에 들어섰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조사(BSI) 결과도 대체로 2·4분기를 경기저점으로 보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부분의 연구기관들도 2·4분기이후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수정 전망하고 있다.그러나 과연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인가. 여러 경기지표들의 움직임은 하반기이후 경제가 다소 나아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경기회복의 키를 쥐고 있는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이후 계속 감소하여 왔으나 4월부터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하반기에는 세계경제의 호조와 엔화강세 등의 영향으로 신장세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도 1·4분기 증가율이 4.4%로 이미 과거 경기하강기의 최저수준(5%대) 밑으로 떨어져 이제는 완만하나마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고 건설투자도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서서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설비투자는 1·4분기 중 1.6% 감소하였으나 이는 과거 경기하강기 최저수준(▽11%)보다는 아직 높고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경기전망 불투명 등을 감안할 때 계속 부진할 전망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경기지표들은 다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다음과 같은 요인을 감안하면 현재의 경기상황을 실질적인 회복국면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최근의 생산증가에는 과잉재고에 의한 거품생산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 경기불황 초기에는 수요부진으로 재고가 늘어나다가 재고부담 완화를 위한 기업의 생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재고증가율이 크게 낮아져 향후 경기회복기에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것이 일반적인 재고순환 과정이다. 그러나 이번 경기하강기에는 이러한 재고조정 과정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여 수요부진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재고가 모두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최근 수년간 설비투자가 자동차 석유정제 등 대규모 장치산업의 시설확장 투자에 집중됨으로써 고정비 부담이 늘어나 수요변화에 대응한 신축적인 생산조정이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잉재고에 의한 성장은 기업에 자금 및 수지 부담을 줄뿐 실질적인 경기회복으로 볼 수 없음은 물론이다.
둘째, 최근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국제경쟁력이 강화된 결과라기보다는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국제가격 상승에 주로 기인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번 경기침체는 경기순환적 요인 뿐만 아니라 고비용·저효율에 따른 산업경쟁력 저하 등 구조적 요인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으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은 단시일내에 개선되기 어렵다. 경쟁력 강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수출증가는 주요 품목의 국제가격이나 엔화환율의 향방 등 외부요인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며 이러한 수출증가가 본격적인 설비투자 등 내수의 진작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표상의 경기저점은 2·4분기께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과잉재고에 의한 거품과 산업경쟁력 저하 등 구조적 요인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저점 이후에도 실질적인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적어도 연말까지는 국내경기가 저점 부근의 낮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경기저점을 언제 통과하는가는 큰 의미가 없으며 기술개발과 효율성 향상을 위한 합리화투자 확대, 기업 재무구조의 개선등 경제의 구조조정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 나가는 것이 실질적인 경기회복을 앞당길 수 있는 멀지만 효과적인 지름길이라고 하겠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