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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전/배경.전망] 북 협상력 강화위한 시위

15일 오전 발생한 남·북간의 서해상 교전사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취임 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대북 햇볕정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아울러 오는 21일로 예정된 베이징(北京) 남북 차관급회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한쪽에서 북한과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북한과 웃으면서 회담하는 것이 국민정서상 제대로 납득이 되겠느냐』고 말해 베이징 회담이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또다른 관계자는 『서해상 교전은 교전대로 처리하되 화해·협력은 화해·협력으로 추진하는 남북간의 고난도 게임이 진행중이라고 보면 된다』며 『남북 모두 과거처럼 단선적인 접근으로 남북관계를 완전히 경색시키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는 남북간 다각적인 협상을 앞두고 선점경쟁의 측면이 있으며, 양측 모두 확전은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남북관계가 크게 경색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는 이날 오후 국가안보회의 상임회의(NSC)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사태가 더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배경과 관련, 대북비료 지원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차관급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굳이 선제 공격이라는 무리수를 감행한데는 북한 내부의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북한관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8일째 계속된 북한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에 이어 급기야 교전사태를 초래한 북한의 노림수는 군부가 자신들의 존재를 안팎으로 드러내 보이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의 평양 방문에 이어 남북 당국 대화의 물꼬까지 터지자 설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정일로서도 군부의 이같은 도발에 대해 굳이 말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군부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척 하면서 권력 내부의 강온세력을 통제, 대남접근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연구원 정영태(鄭永泰)정치군사연구실장은 이번 교전사태를 『군부의 입지도 과시하고 정치적으로는 우리 정부를 딜레마에 빠뜨리려는 선택』이라고 풀이했다. 또 북한은 이번 사태를 베이징 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 논의의 수위조절용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시범사업의 세부내용과 규모, 시기를 협의하면서 NLL카드와 교전사태를 꺼내 시범사업 축소, 시기 지연 등을 유도, 회담을 북의 입맛대로 요리할 개연성이 짙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은 이번 사태를 남한의 영해침범으로 몰면서 군사적 충돌에 따른 피해보상, 북측어민피해 등을 요구하는 억지논리를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협상술은 회담전 의제의 초점을 흐리려는 상투적인 수법이라는 것이 북한관계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에 따라 21일로 예정된 베이징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남북한간의 합의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간의 서해상 교전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중인 대북비료 지원을 계속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미 비료지원이 계속되고 있고 남북 차관급회담을 1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이 교전사태를 야기한 것은 대화와 대결이라는 이중전략으로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포용정책을 뒤흔들겠다는 속셈인만큼 여기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듯 서해상에서 남북간에 교전이 빚어질 정도로 긴장이 조성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남북간에는 화해·협력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교전상태와는 별개로 1년 2개월만에 재개되는 차관급회담을 통해 이산가족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대북 포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방침이다. 결국 대북 포용정책의 관건은 북측의 대응과 함께 이에 따른 우리 내부의 동요를 정부가 어떻게 추스리고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박민수 기자 MINS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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