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동십자각] 경제가 아닌 문화전쟁
입력1999-02-25 00:00:00
수정
1999.02.25 00:00:00
李康逢 산업부차장정치학자이면서 미국 하버드대학 석좌교수인 새무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씨는 80년대말 동서냉전 종식이후 달라진 세계 정치의 모습을 규명하려는 시도로 「문명충돌론」이란 저서를 내놔 세계적으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헌팅턴교수 이론에 따르면 냉전 종식이후 사람과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 이념이나 정치·경제가 아닌 문화로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앞으로 사회적인 계급이나 빈부의 차이가 아닌 조상·종교·언어·역사·가치관·제도 등의 문화를 가지고 자신의 성격을 규정지으려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21세기부터 세계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인도 등 문화적인 강대국에 의해 판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문화전쟁의 양상은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미국·일본 등 강대국의 문화가 물밀듯이 밀려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문화간에 보이지않는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신세대 젊은이들의 현란한 옷차림은 랩문화로 표현되는 미국의 복식문화가 어느 정도 빠른 속도로 국내에 침투하고 있는 지를 말해주고 있다. 햄버거로 상징되는 서구의 음식문화 역시 한국인의 생활을 깊이 파고든 지 오래다.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을 통해 격렬한 문화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MS)사를 비롯 알타비스타·라이코스·넷스케이프넷센터 등 미국 인터넷 포털(PORTAL·관문)업체들이 한국의 네티즌들을 해외 프로그램으로 안내하는 한글판 포털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해외 문화의 유입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처럼 해외문화가 쏟아져들어오고 있지만 한국 문화의 해외 수출은 정말 보잘것 없을 정도다. 조상·종교·언어·역사·가치관·제도 등에 걸쳐 5,000년의 긴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외국인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뚜렷한 소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한국 수출상품의 98년 미국 시장 점유율이 97년 2.66%에서 0.04%포인트 떨어진 2.62%에 머물면서 나라별 순위에 있어서도 97년 8위에서 98년 9위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각국 상품의 경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이 이처럼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싸구려란 벽을 넘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비싼 값을 부를 수 없는 것이 국내 수출업체들의 뼈아픈 고통이다.
한국 상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한국의 문화력이 미국 시장에서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문화가 겸비되지않은 상품은 세계 어디에서나 싸구려로 인식되게 마련이다. 미국인들에게 있어 한국 상품의 이미지가 아직 싸구려에 머물고 있다는 현실 이면에는 한국 문화 수출의 부재라는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헌팅턴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세계 각 나라간의 문화전쟁은 갈수록 고조되며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경제위기를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총체적인 국가 차원의 문화 수출전략이 하루빨리 수립돼야 할 것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