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한일이화의 지분 현황을 살펴보면 유양석 대표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33.58%(1,323만7,117주)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이 8.34%(328만7,564주), 삼성자산운용이 5.03%(198만2,492주)로 뒤를 잇고 있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가치는 350억원, 삼성자산운용은 211억원에 달한다. 이들 기관투자자는 현대ㆍ기아차에 자동차 내장 부품을 투자하는 한일이화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고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 왔다.
문제는 유 대표의 배임 혐의로 한일이화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대규모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전날 서울 동부지검은 우량 계열사를 본인 개인회사에 헐값에 팔아 넘겼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유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유 대표는 지난 2010년 10월 한일이화의 중국 계열사 ‘강소한일모소유한공사’를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두양산업에 넘기면서 한일이화 주주들에게 1,703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자기자본의 59.1%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는 이에 따라 한일이화의 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인지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실질심사에서 상장 유지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정되고 한일이화의 이의제기가 없으면 상장 폐지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상장폐지가 현실화 되면 이들 기관투자자들은 최소 5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달 초부터 한일이화에 대해 공매도했던 투자자들을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일 평균 2,852주에 불과했던 한일이화의 공매도 거래량은 3월 들어 1만5,911주로 늘어났다. 특히 유 대표의 배임 혐의가 불거진 21일에는 3만2,230주에 달했다. 공매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대차잔고도 21일 166만주에 달했다. 이는 한일이화 전체 상장주식수의 4.2%에 해당한다. 최근 자동차 업황 부진 전망에다 배임혐의로 한일이화의 향후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공매도 주문을 낸 것이다. 만약 한일이화가 상장폐지 돼 정리매매에 들어가면 미리 현 주가 수준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낸 일부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한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한일이화가 상장폐지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대표의 배임혐의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공매도에 나섰던 일부 기관투자자는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일이화 소액주주(44.82%)들도 상장폐지가 현실화 될 경우 대규모 손실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이화 소액주주는 지난해 유 대표가‘강소한일모소유한공사’를 두양산업에 헐값에 넘겨 피해를 봤다며 유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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