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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를 통보받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19일 금융감독원에 소명 자료를 제출하면서 당국과 KB 간 대립은 '2라운드'에 들어섰다.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임 회장과 이 행장은 각각 김앤장과 율촌을 법률자문으로 선임해 소명 논리를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재심에서는 금감원 검사역들과 법무법인 변호사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리 대결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이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지만 결정권을 쥔 제재심의위원들은 대부분 외부 인사다. 이 때문에 중징계 방침이 확정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국은 그러나 "금융 질서를 어지럽힌 경영자에게 더 이상 솜방망이 처벌은 내리지 않겠다"며 일전을 다짐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KB지주와 국민은행 측의 소명과 관련해 "겉으로 드러난 혐의가 전부가 아니다"라며 "나중에 징계 내용을 보면 사안의 심각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카드 분사때 고객정보 유출… 직접 책임지는 위치 아냐
전산시스템 교체 감독 부실… 은행 내부 갈등서 비롯
◇임 회장의 소명 포인트=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사유는 크게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과 은행 전산 시스템 교체 과정에서의 내부 통제력 상실로 나뉜다.
국민카드는 지난 2011년 3월 은행에서 분사 당시 신용정보법에 따른 승인을 제대로 받지 않고 은행의 고객정보를 가져갔다. 지난해 국민카드에서 대규모 정보가 유출됐고 이 중 상당수가 은행 고객정보였는데 결과적으로 허술한 분사 때문에 고객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이 임 회장에 대한 징계 사유다. KB는 임 회장에게 직접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드 분사는 2011년 3월2일에 이뤄졌지만 임 회장이 고객정보관리인으로 임명된 것은 같은 해 3월25일이다. 또한 KB지주는 카드가 은행에서 분사할 때 포괄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신용정보법에 따른 승인도 포함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이 문제는 당국의 책임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인데 직접 책임이 없던 지주사 사장에게까지 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은행 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의 경우 당국은 임 회장이 산하 전산담당책임자(CIO)가 은행 이사회 안건에 부당하게 개입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임 회장 측은 전산 시스템 변경은 일차적으로 은행 이사회와 경영진의 마찰로 지주 회장으로서 이에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소명을 하고 있다.
도쿄지점 부당대출 관리 미흡… 업무 영역상 통제 어려워
전산시스템 교체 내홍 조장… 행장 입장서 조율 한계있어
◇이 행장의 소명 포인트=이 행장의 제재는 도쿄지점 부당 대출과 관련해 당시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이었던 이 행장에게 얼마나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은행 전산 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은행 최고경영자(CEO)로서 심각한 내부 갈등을 사전에 통제하지 못한 점도 중징계 사유다. 금감원은 국민은행 내부가 이렇게 망가진 데는 이 행장의 포괄적 책임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행장 측은 그러나 도쿄지점 부당 대출의 경우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 업무 영역에서 통제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고 소명했다. 은행 내부 관계자는 "이 행장은 당시 리스크관리본부에 있으면서 도쿄지점에 대해 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조정하라는 등의 권고를 분명히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행 리스크 조직의 건전성 규제와 별도로 이뤄진 도쿄지점 실무자의 부당 대출의 책임을 리스크 부행장에게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맞섰다. 이 행장 측은 또한 은행 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 역시 이 행장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금감원에 직전 보고를 한 부분이고 그 전에 있었던 내부 갈등은 지주회사 및 사외이사들과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행장 입장에서 조율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26일 제재심에서 징계 결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일 징계가 예고된 금융권 임직원만 200명에 달하는 데다 제재위원들이 검토할 시간을 추가로 요청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제재심에서는 최근 LI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KB금융지주에 대한 기관 경고 문제도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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