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는 기업들에게 늘 엄청난 부담이다. 자연스레 주식시장에서는 큰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주가는 급락한다. 더구나 요즘처럼 ‘갑을 리스크’가 불거지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감시 눈초리가 추상같은 때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국내 포털과 광고업계에서 각각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NHN과 제일기획에는 통하지 않았다.
NHN은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7.51% 급등한 31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연중 최고가에 올랐다. 외국인이 공격적 순매수에 나서며 주가 급등을 이끌었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NHN이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가격결정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진 이후에도 주가는 되레 강세다. 이날 NHN의 하루 상승폭은 지난해 4월 5일(8.0%) 이후 13개월만에 가장 컸다. NHN은 최근 1ㆍ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외형과 수익이 한층 개선된 모양새를 나타냈고 ‘라인’을 앞세운 모바일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투자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김석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조사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규제 보다는 라인의 해외성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은 이날 NHN의 목표주가를 31만5,000원에서 34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국내 광고업계 1위인 제일기획 역시 전날 공정위가 부당 하도급거래와 관련해 조사에 들어갔지만 이날 주가는 2.22% 오르며 2만5,3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S4 출시와 관련해 국내외 광고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공정위 리스크를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학습효과’에 따른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공정위가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에 들어가 상대적으로 NHN과 제일기획의 조사에 대해 투자자들이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밀어내기’로 위기에 처한 남양유업의 주가는 이미 큰 폭의 조정을 받았고 공정위의 조사가 분유업체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에 이날 매일유업의 주가도 6.3%나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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