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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즐겁게] '치'자 들어가는 생선 빼고 탕 갯수는 홀수로

■ 차례상 차리기<br>5열 상차림·어동육서가 기본… 생선머리 동쪽·꼬리는 서쪽 향하게<br>국산 조기는 붉은색 몸통에 짧아… 쇠고기 절단면 색 밝고 윤기나야


경기도 부천에 사는 직장인 강유연(33·여)씨는 최근 설 차례상 준비를 위해 재래시장을 찾았다.

강 씨는 "생활 물가가 너무 올랐지만 재래시장에서 구입하는 차례상 비용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하다고 해서 집에서 5분 거리인 대형마트를 두고 20분 거리에 있는 전통시장에서 장을 봤다"고 말했다.

이번 설 차례상 비용을 걱정하는 주부들의 얼굴에는 다소 웃음꽃이 피었다. 여전히 체감하는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지난해 설보다 제수용 시세가 많이 오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강 씨는 "요즘 채소나 과일 값이 많이 뛰어서 차례상 차리는 게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는 상승폭이 작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최근 서울 경동시장에서 4인 가족 기준으로 설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약 23만2,000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22만7,000원보다 2%가량 오른 것이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거의 제자리 수준인 셈이다.

제수관련 채소 값은 내렸지만 과일과 나물류, 수산물의 가격은 올랐고 육류는 보합세를 보였다.

사과와 배는 제수용이 개당 5,000원선을 유지하고 있고, 곶감은 지난해 일조량 부족 때문에 10개 묶음이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10% 올랐다.

밤은 한 되가 5,000원에서 6,000원으로 20% 상승했다.

나물류는 고사리와 도라지가 400g에 6,000원이며, 숙주는 지난해보다 50% 올라 400g이 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부세 조기는 4,000∼7,000원까지 가격이 형성돼 있고 러시아산 북어포와 동태는 마리당 각각 5,000원, 3,500원이다.

한우 양지 국거리는 600g에 2만2,000원, 산적용 우둔 1등급은 600g에 2만3,000원으로 지난해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별로 보면 설 차례비용이 대전은 21만8,000원, 대구는 22만6,000원, 부산은 19만1,000원, 광주는 19만6,000원, 제주도는 23만원 정도 들어갈 것으로 파악됐다.

◇제수용품 쉽기 고르기=값이 비싸든 싸든 조상을 모시는 차례상 준비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우선 차례상에 올리는 생선은 살이 붉거나 이름 끝에 '치' 자가 들어가는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 또 무엇보다 신선도가 가장 중요한 만큼 눈과 아가미, 배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눈알이 맑고 선명하며 앞으로 볼록 튀어나와 있는 것, 배를 눌렀을 때 팽팽하고 탄력이 있는 것이 싱싱한 제품이다.

아가미는 암적색이 아닌 선명한 선홍색을 띄고 있어야 하며 물이 많이 나오는 것은 한번 냉동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구입 전에 주의가 요구된다.

굴비는 비늘이 고르게 촘촘히 박혀있는 것, 몸통에 비해 머리 부분이 작고 배 부분이 노란색인 것이 좋은 상품이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유독 원산지 관련 시비가 많은 조기를 고를 때는 몸 전체가 붉은색으로 몸통이 두툼하며 길이가 짧은 것이 국내산"이라며 "비닐이 거칠고 유난히 몸에 광택이 많은 것은 수입산으로 의심해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나물은 국내 생산량이 적은 고사리와 도라지의 경우 수입산과 국내산 가격이 최고 4배까지 차이 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국내산 도라지는 길이가 짧고 가늘며 동그랗게 말리는 성질이 약하다. 잔뿌리가 비교적 많이 붙어있고 원뿌리도 2~3개 정도만 갈라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산 고사리는 연한 갈색에 너무 길거나 굵지 않다.

손으로 뜯기 때문에 줄기 아랫부분의 단면이 불규칙하고 줄기 윗부분에 잎이 많이 붙어 있는 것이 좋다.

과일 중 배는 맑고 선명한 황갈색에 윤기가 나야 품질이 좋다.

배 특유의 점무늬 크기가 크고 꼭지 부분이 없는 것이 맛이 좋다. 보관에도 신경 써야 한다.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려면 배를 구입하자마자 비닐랩으로 낱개 포장해 냉장고 안에 넣는 것이 좋다.

사과는 껍질에 탄력이 느껴지고 손가락으로 튕겼을 때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을 고르면 된다.

전면에 골고루 붉은 빛을 띄고 냄새를 맡았을 때 향긋한 것이 좋은 품질의 사과다.

햇단감은 크기가 클수록 좋지만 표면에 굴곡이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밤은 국산이 개량종으로 알이 굵고 윤택이 나며 껍질이 깨끗하다는 특징을 기억해두자.

쇠고기의 경우 절단면의 색이 밝고 윤기가 나면 안심하고 구입해도 된다. 국산의 경우 덩어리 형태도 다양하고 등심은 자른 면에 떡심이 들어가 있지만 외국산은 타원형에 떡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쇠갈비는 지방이 흰색이고 짝갈비(덩어리) 형태로 팔리는 것이 국산이다.

◇차례상은 이렇게 차려야=제수음식을 모두 장만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을 알아보자.

차례상은 방향에 관계없이 지내기 편한 곳에 차리면 되는데 지방(신위)을 모신 곳이 북쪽, 제주(祭主)가 상을 봤을 때 오른쪽이 동쪽이다.

상차림은 총 5열이 기본인데 제주와 가장 멀리 있는 곳을 1열로 삼는다. 1열에는 메와 갱, 2열에는 적과 전, 3열은 탕, 4열은 포와 나물, 마지막 5열에는 과일을 두는 것이 원칙이다.

제1열에는 밥과 잔을 올려야 한다. 이때 반서갱동(飯西羹東)이라 하여 상차리는 사람이 봤을 때 밥과 술잔은 왼쪽, 오른쪽은 국과 떡을 놓는다. 시접(수저그릇)의 경우 가운데 두면 된다.

2열에는 세가지의 적과 전을 놓는데 어동육서(魚東肉西)에 맞춰 어류은 동쪽, 육류는 서쪽에 둔다. 이중 생선적의 경우 음양오행설에 따라 머리는 소생과 부흥을 뜻하는 오른쪽(동쪽), 꼬리는 암흑과 소멸을 상징하는 왼쪽(서쪽)으로 둬야 한다. 두부와 채소로 만든 소적은 가장 우측에 차린다.

제3열에 올라가는 탕 갯수는 1, 3, 5개의 홀수로 맞추는 것이 기본이다. 일반적으로 육탕(육류탕), 소탕(두부, 채소류탕), 어탕(어류탕)을 만드는데 건더기만 건져 수북이 담아야 한다. 5탕을 한다면 봉탕(닭, 오리탕)과 잡탕을 더한다.

포와 나물을 놓는 4열은 좌포우혜(左脯右醯)를 원칙으로 삼는다. 북어와 대구, 오징어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에 둔다. 어포의 경우 생선배는 아래로 와야 한다. 나물과 간장은 가운데에 차린다. 나물은 생동숙서(生東熟西)에 맞춰 왼쪽에는 김치, 오른쪽은 익힌 나물을 놓는다. 순서는 왼쪽부터 콩나물, 숙주나물, 무나물, 고사리 도라지다. 김치는 나박감치만 쓴다.

마지막 5열은 과일과 약과, 강정을 둔다. 이때 과일은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로 올려야 한다. 과일을 제기에 올릴 때는 위 아래 부분만 살짝 깎아놓아 조상들이 드시기 편하게 둔다. 이때 조율이시(棗栗梨枾)와 홍동백서(紅東白西)를 지킨다. 즉 왼쪽부터 대추와 밤, 배, 곶감, 약과와 강정 순으로 차리고 사과와 같은 붉은과일은 동쪽, 배 등 흰 과일은 서쪽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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