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들의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인사의 폭이 예년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인사를 앞둔 임직원들은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RISE(ReorganizationㆍInnovationㆍShiftㆍEncourage)'로 집약되고 있다.
17일 한 대기업 임원은 "실적이 좋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성과주의에 따른 인사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조직안정 등을 고려하면 보수적 인사도 필요해 인사권자의 막판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그룹 인사는 이달 말 LG그룹을 시작으로 오는 12월 삼성ㆍ현대자동차ㆍSK그룹 등에서 잇달아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그룹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재편(Reorganization)을 염두에 두고 인사를 통해 새 판을 짤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12월1일자로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고 삼성에버랜드의 급식ㆍ식자재 사업을 분할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삼성그룹의 연쇄 인사이동이 특히 관심사다.
정기인사에 앞서 품질 문제를 이유로 연구개발(R&D) 담당 최고책임자들을 경질한 현대차의 예에서 보듯이 혁신(Innovation)도 올해 인사의 화두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주요 그룹들은 대대적인 혁신인사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한편 경영위기 극복의 돌파구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번 인사에서 나타날 리더십 변화(Shift)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세대교체 및 수장 교체로 권력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할지가 관심사다. 삼성 등의 오너 3세 후계구도 안착을 위한 인사이동과 정준양 회장이 사의를 밝힌 포스코의 권력이동 등에 시선이 쏠린다.
마지막으로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뒤따르는 차원에서 격려(Encourage)성 인사도 점쳐진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돋보이는 실적개선을 이뤄낸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에서는 대규모 승진인사가 기대된다. 반면 실적이 부진한 건설ㆍ화학 등 계열사에서는 문책성 칼바람이 불 수도 있어 임직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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