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삼성그룹주가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준 하루였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일 1,960선이 무너진 후 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29일 삼성그룹주가 일제히 반등하자 35포인트 이상 상승하며 1,960선을 회복했다.
삼성그룹주가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 종가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삼성그룹 주 15곳의 시가총액은 250조605억원으로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1,172조6,800억원)의 21.32%에 달한다. 삼성그룹주가 위든 아래든 한 번 움직이면 코스피지수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입원을 계기로 그룹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졌던 5~6월이 그랬다. 이 회장이 입원한 5월10일 이후 당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에 있었던 삼성SDI·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생명·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이 회장 입원 후 첫 거래일인 5월12일 장이 열리자마자 삼성전자가 3.97% 상승했으며 삼성생명(4.04%), 삼성물산(2.7%) 등 다른 계열사도 주가가 올랐다. 삼성전자는 이후 6월3일에는 올해 최고가인 147만원까지 올랐다. 이 회장 입원 전과 비교하면 10% 이상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삼성물산은 14.9% 상승했으며 삼성엔지니어링(9.7%), 삼성생명(9.6%), 삼성카드(6.9%), 크레듀(6.5%), 삼성SDI(5.3%)도 좋은 흐름을 보였다. 삼성그룹주가 활기를 찾자 당시 1,950~1,980선 구간을 횡보했던 코스피도 2,000~2,010포인트를 오가며 활력을 보였다.
이날 삼성그룹주가 일제히 동반 상승한 것은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생명·삼성화재 지분 검토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지배구조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4개월 전처럼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는 종목으로 매수세가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고리 역할을 할 삼성전자(3.57%), 삼성생명(2.30%), 삼성물산(2.79%) 등은 이날 모두 상승 마감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승계를 비롯한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지만 이날 삼성그룹주가 급등한 것은 지배구조와 관련한 기대감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삼성중공업이 2,88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하는 등 주주친화적 정책을 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중공업이 자사주 취득에 나선 것은 2008년 200만주를 매입한 후 6년여 만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앞두고 주식매수청구행사 물량을 줄이기 위한 주가 부양책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주주친화정책이 30일 3·4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확률은 낮지만 연말 배당확대와 같은 주주친화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날 삼성그룹주가 오른 것은 그동안 주가가 많이 빠진 것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는 전기전자·금융·철강금속·운송장비·제조업 등 그동안 낙폭이 컸던 대형주들이 몰려 있는 업종에 쏠렸기 때문이다. 낙폭 과대 대형주를 중심으로 쇼트커버링(환매수)이 일어났고 상대적으로 낙폭 과대주가 많은 삼성그룹주가 수혜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도훈 CIM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체적으로 그동안 많이 떨어졌던 종목들이 오르는 가운데 삼성 관련주들이 눈에 띄게 올랐다"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핵심 기업이 아닌 삼성테크윈이 크게 오르는 것만 봐도 지배구조 이슈보다는 낙폭 과대주 회복에 대한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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