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경제전망=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하고 이에 맞춰 2014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지난 3월에 예상한 내년 성장률(4.0%)보다 0.1%포인트 낮춘 전망치다. 올해 예상 성장률(2.7%)보다는 1.2%포인트 높다. 기획재정부는 "세계 경제 회복으로 수출이 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돼 내수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성장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세계 주요 투자은행(IB) 10곳의 전망치 평균은 3.7%로 정부 예상보다 0.2%포인트 낮다. UBS가 3.0%로 가장 낮고 모건스탠리ㆍ골드만삭스(3.5%), JP모건(3.7%), BOA(4.0%) 등의 순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는 3.6%다.
문제는 정부 예상치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경우 세수 구멍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세수는 2조원가량 덜 걷힌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터무니없는 목표치는 아니지만 현실적인 달성 여부는 불투명하다"며 "예산안을 좀 더 보수적으로 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 건너간 균형재정=박근혜 정부가 임기 내 균형재정을 포기한 점도 논란거리다. 기재부가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내놓은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5조9,000억원(GDP 대비 1.8%)으로 올해(추경 기준)보다 2조5,000억원가량 더 커진다. 재정수지 적자는 점차 규모가 작아지기는 하지만 2017년에도 7조4,000억원(GDP 대비 0.4%)을 기록해 결국 흑자로 올라서지 못한다. 나라 살림이 5년 내내 적자를 낸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 2012~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에는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다고 예상했었는데 이를 1년 만에 뒤집었다.
더구나 이번 재정운영계획은 매년 4%의 경제성장률 달성을 전제한 것이어서 실제 성장률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적자폭이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이 기간 동안 재량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0.4%로 묶겠다고 제시했는데 이는 경기대응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같은 예산을 최대한 적게 지출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복지 분야에 쓰이는 의무지출은 같은 기간 연평균 6.9%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차기 정부에 떠넘긴 공약사업=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굵직한 사업은 모두 차기 정부의 몫으로 미뤘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박근혜 정부가 내건 167개에 달하는 지역공약 사업이다. 기재부는 지역공약 지원으로 총 3조3,000억원을 편성했는데 이 중 신규사업에 투자되는 금액은 70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재원은 기존 사업을 이어가는 '계속사업'에 투입된다. 지역공약 중 올해 '첫 삽'을 뜨는 신규사업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이석준 기재부 제2차관은 "공약사업에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를 우선 검토하는 데 예산을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조사와 실시설계 등 각종 사전 절차에 길게는 3~4년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생색은 박근혜 정부가 내고 뒷감당은 차기 정권이 지는 구도가 그려질 수 있다.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힌 차기전투기(F-X)사업 또한 실제 비용부담은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위사업청이 제시한 F-X 예산범위는 8조3,000억원인데 이번 재검토 결정에 따라 규모가 증액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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