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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구경영'주장 김한중 대우고등기술연원장
입력1999-01-24 00:00:00
수정
1999.01.24 00:00:00
「투자는 7위, 성과는 22위」.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각 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다. 이는 우리의 「연구 관리」능력이 선진국보다 한참 뒤떨어짐을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다. 대우고등기술연구원 원장에 최근 취임한 김한중(金翰中)박사는 「연구는 경영」, 「연구 경영은 재테크처럼 하라」고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金원장의 메세지를 소개한다.『연구개발은 주식 투자와 같습니다. 「벌면 좋고 잃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 봤습니까. 연구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김한중원장이 연구개발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 말로 요약된다. 그가 생각하는 연구개발은 「투자한 돈 이상을 벌기 위한 것」이다. 기업의 연구, 정부의 연구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국내 연구개발은 「잘되면 좋고, 안되면 논문 하나 내는 것으로 만족하는」 실정』이라고 金원장은 질타한다.
이처럼 후진적인 연구행태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퇴출됐다는 것이다. 그는 고등기술연구원의 목적도 『대우그룹의 이윤을 높이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金원장의 독특한 시각은 연구원들을 보는 관점에서도 차이가 난다. 연구원들은 일반적으로 간섭과 통제를 싫어한다. 그래서 그들의 의식구조는 「제발 좀 내버려 둬」이다. 하지만 金원장은 이에 반대한다. 정봉수감독이 마라톤선수 이봉주를 관리하듯, 연구원들도 합리적인 시간표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화, 국산화단계의 경우엔 그렇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소를 보니까 마치 대학교수가 학생을 가르치듯이 허술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프로정신이 없어요. 1억원 투자했으면 1억원 이상을 벌어야 합니다.』
金원장은 자신의 아픈 곳을 예로 든다. 고등기술연구원에 와보니 한 대만 있으면 될 실험장비가 3~4개 부서에 한 대씩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값비싼 연구장비에 대해 아무런 관리가 없었던 셈이다.
金원장은 기업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맞아 연구비부터 줄이고 보는 기업들에 金원장은 『망하려고 작정했느냐』고 꾸짖는다. 미국에 경제 위기가 왔을 때 무작정 연구원을 내쫓고, 연구를 포기한 기업은 결국 문을 닫는 것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연구원이라면 잠시 현장에 보내더라도 어떻게든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경영자를 키우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뛰어난 연구원이 좋은 연구경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경영자에 적합한 적성이 따로 있다. 그런 연구원을 행정, 기획 등 이곳저곳 보내 연구경영자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金원장은 화학공학자 출신의 잭 웰치가 GE 회장까지 오른 것은 그만큼 많은 분야를 돌며 배웠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金원장은 확고하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라. 그러나 잘할 수 있는 몇 개 분야만 하라』는 것이다. 80년대 일본이 미국을 앞선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다시 뒤집힌 것은 일본이 미국보다 원천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만 소프트웨어 기술은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 돈이 있다』고 말한다.
金원장의 사람 뽑는 방법은 독특하다. 『식당에서 면접을 봅니다. 너무 비싼 것을 시키는 사람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고, 너무 싼 것을 시키는 사람은 소심합니다. 휴가를 홀로 보내는 사람은 팀웍을 못 맞추더군요. 연구경영자라면 이런 것들도 배워야 합니다.』【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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