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향은 최근 조선 업체에 대한 지원 유무 판단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은행은 현재 실사 중인 SPP조선에 대해서는 지원 방침을 사실상 확정한 반면 STX조선에 대해서는 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금융당국과 실랑이 중이다.
이미 3%대에 육박한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더 높아져서는 안 된다는 은행 내부의 위기감이 강해지면서 채권 솎아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채권단 자율 협약 체제에 있는 SPP조선에 대해 오는 2016년까지 3,5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SPP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SPP조선의 경쟁력을 높이 사고 있다. 최근 수주 상황과 질 등을 감안할 때 성동·대선·대한·STX 등 경영 정상화 작업이 진행 중인 조선업체 가운데 가장 회생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 만약 3,500억원의 추가 지원이 확정되면 기존에 지원된 6,5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원의 채권단 자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우리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SPP조선에 대한 실사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데 내후년까지 3,500억원의 지원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STX조선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통상 회계법인의 실사 보고서가 5~7년을 기준으로 경영 정성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STX조선의 경우 2023년까지 10년을 잡았고 지난해 7월 3조원이 투입된 기업에 곧바로 1조8,000억원이 또 들어가야 한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반대매수청구권을 요구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이번에 반대매수청구권이 받아들여지면 이미 STX조선에 투입했던 4,000억원 중 250억원가량을 건지고 3,750억원의 손실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이 손실은 올 1·4분기에 반영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STX조선 지원의 경우 예보의 경영정상화 평가에서 빼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우리은행은 고민에 빠졌다. 우리은행이 예보와 체결했던 부실채권 비율 목표를 맞추지 못해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당국이 이런 중재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우리은행의 분기별 NPL비율은 2012년 말 1.66%에서 지난해 말 2.99%로 급등했다.
예보는 순NPL(NPL에서 충당금을 걷어낸 것) 목표치로 1.1%를 제시한 상태라 현재의 NPL 비율은 이에 현저히 못 미친다.
우리은행은 당국의 약속이 예보의 문서로 확정돼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두 약속으로는 지원이 어렵다는 얘기다. 만약 우리은행이 지원하게 되면 지분(7.35%)에 따라 1,360억원가량을 투입하게 된다. 당국은 STX조선의 지원만 놓고 보면 우리은행이 빠져도 무리는 없지만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서 다른 은행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는 만큼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예보 입장에서는 감사도 있고 해서 부실기업 지원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는 당국이 국가 경제를 명분으로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요하는 부문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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