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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다시 전면에 나섰다. 이번에는 공직이 아니라 대선 후보의 핵심 참모로 나섰다. 사실상 정치인의 길에 들어선 셈이다.
19일 오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식. 안 원장은 들어오는 길에 가장 먼저 이 전 부총리와 악수를 나눴다. 이 전 부총리는 기자회견 내내 안 원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자리를 지켰다.
그동안 안 원장이 이 전 부총리를 서너 번 만나 현안에 대한 얘기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전 부총리가 안 원장의 '경제 멘토'라는 말이 나왔지만 공식 석상에 함께 자리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 전 부총리가 최근 저서 '경제는 정치다'에서 "안철수 현상은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며 사회 저변에 꿈틀대는 새로운 가치관의 상징"이라고 평가한 후 정가 주변에서 흘러 나왔던 이 전 부총리의 안 원장 캠프 합류설이 확인된 순간이다.
안 원장이 대선출마 기자회견에서 "조직과 세력 대신 나라를 위해 애쓰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나아가겠다. 현명한 국민들과 전문가들 속에서 답을 구하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힌 만큼 이 전 부총리는 안 원장 캠프의 경제정책 브레인으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부총리가 안 원장의 '경제 멘토'로 등장한 것은 두 사람 간 경제 현실 진단과 해법이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실제 안 원장은 평소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바뀌어야 국민소득 3만, 4만달러 시대로 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이 전 부총리가 '경제는 정치다'에서 "따라잡아야 할 목표가 없어진 상태에서 스스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내는 창조경제가 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쓴 것과 동일한 현실 인식이다.
아울러 "공직을 다시는 맡지 않겠다"는 이 전 부총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국무총리 등 중책을 맡을 공산이 크다. 국정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뜻이다.
같은 줄기에서 외환위기 이후 경제 분야의 큰 줄기를 형성했던 이 전 부총리의 측근, 이른바'이헌재 사단'에도 다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아직도 금융계 곳곳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현장의 '감'을 놓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이헌재 사단으로는 외환위기 당시 기업구조조정 행동대장 역할을 했던 이성규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대표, 서근우 금융연구원 자문위원이 꼽힌다. 이들은 각각 이 전 부총리의 왼팔과 오른팔로 불린다.
경기고 후배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당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를 오가며 측면 지원했던 핵심 인물 중 하나다. '이헌재의 분신'으로 불렸던 김영재 칸서스자산운용 회장, 죽마고우인 오호수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 등도 현재 사모펀드회사를 통해 금융계에 몸 담고 있다.
이외에도 이성남 전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황영기 차병원 전 부회장 등도 이헌재의 사람들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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