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업들이 탄소배출권 할당량 중 남거나 부족한 양을 거래소에서 사고파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이 3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배출권을 사겠다는 기업은 많은 반면 팔겠다는 기업이 없어 개장 초 거래 부진이 우려되고 있는데요. 정훈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는 12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본격 시행됩니다. 기업들이 할당받은 배출권 총량 안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되 남거나 부족한 만큼을 거래소를 통해 사고파는 제도입니다. 앞서 정부는 탄소배출권거래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국내 525개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결정해 공표했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온실가스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장 첫해인 올해 기업들의 참여가 많지 않아 거래 부진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현재 배출권을 구매하겠다는 기업은 많은 반면 팔겠다는 기업은 없어 개장 이후 활발한 거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업계가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온실가스 배출권은 신청한 20억2,100만톤보다 4억2,300만톤이나 부족한 15억9,800만톤입니다. 할당받은 배출권 규모가 적은데다 내년 3월 인증 전까지는 정확한 배출량 산출도 어려워 섣불리 거래에 나설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입니다.
당장 할당량이 부족한 기업들은 다른 곳에서 사와야 하지만 팔겠다는 곳을 찾을 수 없어 근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탄소배출 할당량을 지키지 못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는 거래소 가격의 3배로 과징금이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채윤 팀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래산업전략팀
(할당량을) 안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필요한 양만큼을 준 것이 아니거든요. 아무리 노력해도 양이 부족하면 시장에서 사야 되는데 아무리 사고 싶어도 물량이 없어서 못사는 부분이 과연 기업의 책임인 거냐
할당량 부족분을 다음 연도 분에서 차입해 사용하거나 잉여 배출권을 이월하는 유연성 제도가 함께 시행되는 것도 배출권 거래의 장해 요소로 꼽힙니다.
따라서 업계는 배출권을 할당받은 525개 이외의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경우 이를 할당 기업에 팔 수 있는 상쇄배출권 제도 등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최광림 실장/ 대한상공회의소
“상쇄배출권 인증 절차가 등록 및 발급 등에 관한 비용이 많이 들고, 방법도 까다로워서 상쇄배출권을 많이 개발하기가 어렵습니다. 상쇄배출권을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인증 절차 및 방법론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스탠딩]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사겠다는 기업만 있고 팔겠다는 기업이 없어 시장이 형성될지 조차 의문인 형편입니다. 일각에서는 심각한 수급 불균형 탓에 1996년 개장 4개월에 만에 문을 닫은 원·엔 직거래 시장의 실패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경제TV 정훈규입니다.”
[영상촬영 오성재/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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